조희연 "외고·자사고 폐지…정부, 관련 시행령 개정해야"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새 정부가 대통령 교육공약을 어떻게 이행 할 것인지’에 대한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6.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8일 새 정부에 외국어고(국제고 포함)·자율형사립고 폐지를 공식 촉구했다. 이를 위한 정부 실행방안도 제시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있는 외고·자사고 설립근거 조항을 삭제하고 선발시기를 일반고와 일원화해달라고 제안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래지향적인 평등한 교육체제 수립을 위해 자사고, 외고를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정비해 공교육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수평적인 고교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는 현재 외고·자사고가 고교서열화와 교육격차를 심화시킨다고 보고 있다. '특수목적고-자율고-특성화고-일반고'와 같은 수직적 계층화가 고착화한다는 것이다. 입시위주의 과잉경쟁도 유발한다는 입장이다.

조 교육감은 새 정부에 외고·자사고 폐지를 위한 법률적 재정비도 요구했다. 그는 "교육청 차원에서 고교체제의 수직적 서열화를 극복하기에는 명백한 사회구조적 한계와 법제도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정부가 외고·자사고에 대한 법률적 정비방침을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감 권한으로는 외고·자사고 폐지가 불가능하다. 외고·자사고 제도 자체를 없애려면 사실상 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법뿐이다. 외고·자사고의 법적 설립근거는 관련 법 시행령 77조에 나와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소속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자사고 학부모들의 집단 시위 비판 기자회견에서 자사고 폐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6.2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조 교육감은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시행령 개정 방안도 제안했다.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위한 시행령 개정 전략으로는 모든 외고와 자사고를 즉각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즉각 전환', 5년 주기의 외고·자사고 재지정 평가시기에 맞춰 연차적으로 전환하는 '일몰제적 전환' 등이다.

다만 조 교육감은 "외고·자사고를 그동안 법적으로 허용해왔고 나름대로 자신의 존속을 위해 노력해온 자사고, 외고 등을 하루아침에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하는 것은 국가 정책적 책임성에 비춰 바람직하지 않은 면이 있다"면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사고, 외고를 고교 유형에서 삭제하더라도 이 학교들의 일반고 전환을 위한 연착륙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외고·자사고의 재지정 평가가 2019, 2020년에 있는 만큼 약간의 시간적 공간이 있다"며 "그 안에서 각 학교가 일반고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자구적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행정적 배려와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율형사립고등학교 학부모연합회 학부모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사고 폐지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2017.6.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2~3년 유예기간을 둔 후 외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자는 주장이다. 현재 모든 학교가 2019년, 2020년까지 자사고 지위를 이미 보장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0조 등에 있는 고교유형에 따른 선발시기를 규정한 내용도 없애 일반고와 특목고, 자사고 등의 선발을 동시에 실시하는 전형도 제안했다. 조 교육감은 1단계 특성화고, 2단계 일반고, 특목고(과학고, 외고, 국제고, 마이스터고, 예술고, 쳬육고), 자사고, 3단계 1·2단계 미선발 인원 충원의 방식을 제시했다.

그는 외고·자사고 학부모 등 구성원들의 대승적 협조와 토론도 제의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외고의 문제는 단순히 몇몇 학교를 없애느냐 마느냐를 둘러싼 갈등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가 20~30년 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교육을 만들어줄 것인가 하는 문제"라며 "현재 자사고, 외고에 자녀를 둔 학부모, 아이들 졸업시킨 학부모, 아이를 보내려는 학부모님들과 학생들도 마음을 열고 우리의 미래교육이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보편적 발전을 위해 대승적으로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고·자사고 폐지에 따른) 혼란과 불안감은 우리가 함께 치러야 할 공동의 기회비용"이라며 "잠시의 즉각적 아픔과 손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이 과정을 잘 견디고 극복할 경우 비로소 새로운 교육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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