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사람 이수배씨와 오수만씨를 아시나요?

(왼쪽부터)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전 S-OIL 대표(한국이름 이수배), 나세르 알 마하셔 전 대표(한국이름 나세일), 오스만 알감디 대표(한국이름 오수만). /사진제공=S-OIL

'이수배, 나세일, 오수만'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 S-Oil (76,900원 ▼500 -0.65%)의 전현직 CEO(최고경영자)들은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한국이름부터 짓는다. 한국 친화경영을 위해 시작한 작은 전통이다.


이 전통은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전 CEO가 2008년 3월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2012년 3월 4년간의 한국생활을 마치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돌아갈 때까지 두개의 이름으로 살았다.

에이 수베이 대표는 자신의 사우디식 본명 외에 '이수배'라는 한국 이름을 짓고 사내 의사소통도 한국어로 진행하며 현지화 스킨십 경영을 시작했다.

그는 명함에 '에이 수베이'와 발음이 비슷한 '이수배(李秀培)'라는 한글이름을 한자와 함께 적어놓고, 본관은 울산으로 정했다고 한다. 울산 이씨에 빼어날 수, 북돋울 배라는 한자까지 넣었다.


자신의 본관은 S-Oil 생산공장이 울산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었다. 한국인들이 첫 만남에서 출신 고향 등을 이야기하며 친목을 다진다는 점에 착안해 지은 이름이었다.

수베이 전 대표의 한국친화경영은 어느덧 전통이 됐다. 2012년 부임한 나세르 알 마하셔 CEO도 발음이 비슷한 '나세일'이라는 한국이름을 짓고 명함에 이를 새겼다.

나세일은 한자로 '벌릴 나(羅), 세상 세(世), 한 일(壹)'로 쓰며 '세상을 아우르는 원만한 대인관계로 상하의 신뢰를 얻어 일류기업을 이루는 인물이 되라'는 뜻이다. 나세르 대표는 회사 임원들에게 본명과 비슷한 발음이고, 뜻도 좋은 이름을 추천받아 정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오스만 알감디 CEO도 부임하자마자 본명인 ‘오스만’과 비슷한 ‘오수만(吳需挽)’이라는 한국이름부터 지었다. 한자로는 쓰일 수(需), 당길 만(挽)을 썼다. ‘탁월한 지혜로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고 번영을 이끌어내는 인물’이란 뜻이다.

한국 친화경영으로 좋은 성과를 올리고 돌아간 전임 CEO들은 고국에 돌아가서도 핵심 보직을 맡으며 영전했다.

수베이 전 대표는 사우디 국영기업 이사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사우디 국영해운사 '바흐리'의 이사진에 포함돼 있고,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보유한 사우디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Public Investment Fund)에도 소속돼 포스코건설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 중이다.

마하셔 전 대표는 아람코의 석유화학 자회사인 페트로라빅 대표로 지난해 9월부터 재직 중이다.

이수배씨는 한국에 부임하는 후임 CEO들에게 한국에서 꼭 배워야 할 것으로 '골프'를 추천했다고 한다. 그는 후임자들에게 "한국 기업인들은 '직장에서는 골프 얘기'를 하고, '골프장에서는 사업 얘기'를 하니, 한국에서 사업을 잘하려면 꼭 골프를 배우라"고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