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오늘 '아이폰' 탄생, 3.5인치 화면으로 세상을 바꾸다

2007년 맥월드에서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전 CEO가 아이폰을 선보이는 모습. /사진제공= 애플

2007년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맥월드 행사장.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전 CEO가 연단에 올랐다. 3.5인치 화면이 전면을 가득 채운 전자제품을 손에 든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혁명적 제품을 소개합니다. 아이팟과 전화, 인터넷, 3가지 장치를 하나로 담은 제품입니다. 이 제품의 이름은 ‘아이폰’ 입니다.”


◇‘손안의 PC’ 아이폰 탄생 10년…모든게 변했다=잡스의 자신감 넘치게 발표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의문부호가 달렸다.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 당시 CEO는 “500달러는 너무 비싸다. 물리 키보드가 없어 매력적이지 않다”고 혹평했다. 기존 PDA(개인휴대단말기)의 기능과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터치패드만으로는 비즈니스맨들에게 가치가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6개월여가 흘러 6월 29일 출시된 아이폰은 세상을 바꿨다. 아이폰 판매량은 출시 첫해 129만대에서 지난해 2억1188만대가 팔렸다.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 기준 1위 자리는 삼성전자가 차지했지만 단일기종 기준으로는 여전히 여유 있는 1위다. 매출 기준으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매킨토시 이후 시장에서 번번이 실패했던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공급자 중심의 이동기기 시장질서를 완전히 깨버렸기 때문이다. 휴대폰과 컴퓨터의 결합, 당시만 해도 ‘신기’에 가깝던 터치 인터페이스와 앱스토어는 전세계 이용자 생활 패턴과 IT 기업의 지형도를 완전히 뒤바뀌었다. MP3, PMP 등 모바일 기기 물론 디지털카메라, 차량용 네비게이션이 스마트폰 안에 들어왔다. 문자(SMS) 대신 모바일 메신저 앱을 활용한 소통이 시작됐고,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쇼핑, 금융거래, 음식 배달, 여행정보 등 전세계의 모든 정보와 서비스를 손안에서 누릴 수 있게 된 것.


◇IT기업 구조개편…제2 IT창업 생태계 이끌어=애플 아이폰 혁명은 휴대폰 시장 재편을 재촉하며 다수 모바일 기기 제조사들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1990년대 필름카메라를 시장에서 몰아낸 디지털카메라 역시 일부 전문성을 갖춘 특수시장을 제외하면 스마트폰에 다시 자리를 내줬다.

아이폰이 문을 연 새로운 세상은 구글 안드로이드, 삼성전자 등을 통해 더욱 확장됐다. 전세계 검색시장을 장악한 구글은 모바일OS 개발사 안드로이드를 인수, 아이폰의 대항마로 키웠다. 기존 휴대폰 시장에서 노키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삼성전자 역시 안드로이드를 활용해 스마트폰 시장 절대강자로 부상했다. 반면 노키아, 모토롤라 등 기존 휴대폰 강자들은 시장에서 매각 당하는 등 수모를 겪었다.

애플이 아이폰 출시와 함께 내놓은 ‘앱스토어’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다시 부상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됐다. 과거 스마트폰 제조사, 혹은 이동통신사와 하청업체 형식의 갑을관계를 맺어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던 기업들은 앱스토어를 통해 직접 소비자와 만날 수 있게 됐다. 수익분배 역시 7대 3으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배분을 했다. 앱스토어의 ‘7대 3’ 정책은 구글플레이를 비롯한 다른 앱장터의 운영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서도 카카오를 비롯한 새로운 벤처기업이 대거 탄생했다. 2000년도를 전후해 활기를 띄다 다시 가라앉은 벤처업계가 다시 활성화됐고, 청년창업 열기도 북돋았다.

◇‘패스트팔로워’의 추격…아이폰, 그 다음은?=지난 10년간 스마트폰 모바일 시장을 선도한 애플 역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던 아이폰 판매량은 2015년 2억3122만대에서 지난해 2억1188만대로 줄었다. 아이폰과 함께 애플의 부흥을 이끈 아이패드는 태블릿 시장의 침체로 부진을 겪고 있다. “태블릿이 PC를 멸종시킬 것”이라던 잡스의 예언이 무색해졌다.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해야 한다”던 잡스의 철학 역시 무너졌다. 잡스가 사망한 다음해인 2012년 화면을 0.5인치 키운 4인치 아이폰5를 내놓은데 이어 2014년 5인치 이상 대화면을 갖춘 아이폰6+를 내놨다.

삼성전자가 주도한 대화면 ‘패블릿’(폰+태블릿)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것. 최근에는 혁신이 사라졌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5~9일 진행된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의 가장 큰 이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가 연설한 것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WWDC는 10년전 아이폰을 소개한 맥월드의 후신이다.

모바일 OS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구글, 삼성전자 등 경쟁사에 내줬고, 충성도 높은 아이폰 이용자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 신성장 사업에서도 독보적인 창조성과 기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8이 애플의 향후 10년 행보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 역시 이 제품의 상징성을 감안해 최신 기술과 서비스를 집대성하겠다는 각오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 애플이 모바일 시대를 선도해온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아이폰으로 인해 전세계 사용자들의 삶이 개선됐다”며 “아이폰의 영감 아래 주요 IT기업들이 애플을 바짝 추격했거나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애플을 뛰어넘은 만큼 애플은 매킨토시, 아이폰에 버금가는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