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제자리, 용돈까지 줄어"…日샐러리맨 '한숨'

사진=블룸버그

일본 샐러리맨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월급이 수년째 제자리인데 용돈마저 줄어서다. 가장의 권위도 떨어져 아이들은 아빠보다 엄마를 더 따른다.


전문가들은 일본 샐러리맨들의 한숨에 일본 경제의 그늘이 담겨 있다고 지적한다.

블룸버그는 29일 일본 여성들이 남편의 용돈을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신세이은행에 따르면 올해 일본 남성 직장인(20~50살)의 한 달 용돈은 평균 3만7428엔(약 38만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2%(445엔) 줄었다. 이는 신세이은행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9년 이후 1982년(3만4100엔)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것이다.

일본 남성 직장인들의 기본급은 지난 20년간 0.5% 감소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렀다.


이에 반해 일본 여성들의 임금은 지난 20년간 15% 늘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데 따른 것이다. 일본의 전업주부 수는 1980년 이후 40% 감소했다. 이에 따라 가정에서 아이들이 보는 아빠와 엄마의 위상에도 격변이 일어났다.

일본 하쿠호도생활경제연구소가 최근 일본 아이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빠와 엄마 중에 누굴 더 존경하느냐는 질문에 68%(복수응답)가 엄마를 꼽았다. 아빠를 존경한다고 한 아이는 62%에 그쳤다. 하쿠호도는 이 조사를 1997년, 2007년에 이어 올해까지 10년 간격으로 3번 실시했는데 아빠가 엄마에게 밀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맞벌이가 늘었다고 일본 가계의 씀씀이가 커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때 강력한 구매력을 뽐낸 일본의 남성 직장인들은 오히려 점심값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들이 쓰는 점심값은 평균 590엔으로 지난해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일본 소매지표도 계속 부진한 모습이다. 기업의 임금인상과 가계의 소비를 자극해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략이 먹히지 않는 셈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이날 발표한 5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1.6% 줄고 전년대비로는 2.0% 증가했다. 둘 다 기대치에 못 미쳤다. 4월에는 월간으로 1.4%, 연간으로는 3.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예금이나 보험을 늘릴 뿐 돈을 쓰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불안하기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재계단체인 게이단롄의 자료를 인용해 일본 기업들이 올해 여름 보너스를 5년 만에 처음으로 줄일 전망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일본의 소비 증가세가 1960년대나 1980년대의 경기확장기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싱크탱크인 NLI리서치의 쿠가 나오코 연구원은 "(미래에 대비한) 사회보험료 같은 요인이 가처분소득을 갉아먹고 있다"며 "가계가 할 수 있는 건 생필품을 확보하는 일뿐"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의 일부 소비지표가 겉으로나마 괜찮아 보이는 것도 기업들의 가격인하 공세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나가이 야스토시 다이와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가 일본 경제 성장의 동인이 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며 "많은 상점이 가격을 인하하는데 이는 그러지 않고는 제품을 팔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