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하는 애국자?…"베네수엘라 공격범 '전직배우' 주장" 확산

머니투데이

신혜리 기자

베네수엘라 대법원 헬리콥터 공격이 반정부 지지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마두로 대통령의 '자작극'일 수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우파 야권 일각에서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헬리콥터 공격의 주범으로 지목된 오스카르 페레스가 배우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자작극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가디언지도 "페레스의 배우 활동 이력 등 석연치 않은 점들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대법원 테러 공격은 정국 혼란을 수습하고 반대파를 탄압하려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꾸민 일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베네수엘라의 대법원에서는 한 헬리콥터가 출연해 수류탄을 떨어트리는 등 폭파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 사건 직후 오스카르 페레스는 자신을 이번 테러 공격의 주범이라고 밝히며 '베네수엘라 범죄수사대(CICPC) 특별대응팀' 소속 조종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영상에서 "우리는 민족주의자, 애국자, 제도주의자들"이라면서 "우리의 싸움은 베네수엘라군을 상대로 한 게 아니다. 뻔뻔스러운 현 정부를 상대로 한 것이다. 독재에 대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페레스는 특히 2015년에 베네수엘라 영화 '정지된 죽음'에 출연하는 등 배우 활동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번 음모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정부는 공격 이후 그를 체포하기 위해 조사하고 있지만, 행방을 아직 찾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기오프란 블랑코 행정관은 "이것은 완전한 허구"라면서 "어젯밤에 쿠데타가 있었더라면 왜 오늘 거리가 이렇게 조용하겠냐. 정부는 거리에서 일어나는 시위 압력을 중단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갑자기 대법원 상공에 헬기가 나타나 대법원 건물을 향해 사격과 수류탄 공격을 가한 것과 수류탄이 모두 빗나간 것 자체가 "연극"이라고 말했다.

국영TV와 생방송으로 대담 중이던 마두로 대통령이 당시 공습 소식을 전하며 이번 공습을 '테러'로 규정한 행위가 다 조작됐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페레스가 미겔 로드리게스 토레스 전 내무장관 밑에서 헬기 조종사로 일한 적이 있다며 반정부 세력을 이끄는 토레스 전 장관의 연루 가능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