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경제인단, 美에 40조 투자·구매 확정…"땡큐, 코리아"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윌라드 호텔(Willard InterContinental Washington)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와(앞줄 왼쪽) 헨리 맥마스터(Henry McMaster)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뉴베리 카운티 삼성전자 가전 공장 설립 투자 의향서(LOI: Letter Of Intent)에 서명하고 있다. 뒷줄은 왼쪽부터 팀 백스터(Tim Baxter) 삼성전자 미국 법인장, 윌버 로스(Wilbur Ross) 미국 상무부 장관, 린지 그라함(Lindsey Graham) 사우스캐롤라이나 연방상원의원.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사진제공=삼성전자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에 맞춰 국내 50여 개 기업이 40조원 규모의 투자·구매계획을 확정했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강화된 데다 경쟁사의 반덤핑제소,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등 각종 견제에 따른 조치 성격이 크지만, 오히려 이참에 세계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에서 현지 점유율을 높이고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포석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총 352억 달러 투자·구매 확정…삼성전자 가전공장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52개 기업이 5년 동안 총 128억 달러(약 14조60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같은 기간 동안 투자 외에도 LNG(액화천연가스)와 LPG(액화석유가스) 구매, 양국 노선망 추가 확충을 위한 항공기 구입 등을 통틀어 224억 달러(약 25조5180억원) 규모의 구매도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이 향후 5년 동안 미국에 총 352억 달러(약 40조892억원)를 투입하게 된다.

삼성전자 (76,500원 ▼3,100 -3.89%)는 28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 카운티에 3억8000만 달러(약 4347억원)를 투자해 세탁기 공장을 세운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짓는 첫 번째 가전공장으로, 1000여 명에 달하는 고용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북미 럭셔리 가전 브랜드 데이코(Dacor)를 인수하며 캘리포니아 인더스트리에 빌트인 가전 생산거점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 카운티 공장도 본격 가동할 경우 시너지 효과 덕분에 미국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도 지속적인 강세가 점쳐진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Traqline)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미국 가전 시장에서 17.3%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또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도 2020년까지 15억 달러(약 1조7082억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캐파 증설보다는 설비를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를 하는데 주로 쓰일 전망이다.

LG전자는 이미 2019년까지 테네시주에 2억5000만 달러(약 2845억원)를 들여 연면적 7만7000㎡의 가전공장 건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100만대의 세탁기가 생산된다.

LG전자는 뉴저지주에도 3억 달러(약 3414억원)을 투자해 2019년까지 신사옥을 세우기로 했다. LG전자를 중심으로, LG CNS 등 현지 법인 임직원 1000여명이 입주한다.

SK는 에너지 분야 등에 최대 44억 달러(약 5조89억원)를 투자한다. SK는 현재 오클라호마와 텍사스 등지에서 셰일가스 개발, LNG 생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SK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콘티넨털 리소시스(Continental Resources)와 셰일가스 E&P(탐사·생산) 분야 투자 등에 대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4대 그룹 외에도 △두산그룹 7억9000만 달러(약 8989억원) △CJ그룹 10억5000만 달러(1조1947억원) △LS그룹 3억2000만 달러(약 3641억원) △GS그룹 1000만 달러(약 113억원) △한진그룹 700만 달러(약 79억원) 등을 투자한다.

한진그룹의 경우 2023년까지 102억 달러(약 11조6239억원)를 들여 보잉 항공기 50대를 구매해 양국 항공노선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28일(현지시간) 미국 가스터빈 서비스 업체 ACT를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연간 16GW 규모 미국 가스터빈 서비스 시장에 진입할 채비를 마쳤다. 박 회장은 또 ㈜두산 연료전지 사업 미국법인인 두산퓨얼셀아메리카와 미국 웰스파고 은행과 연료전지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제휴 협약식도 맺는 등 공격적인 세일즈에 나섰다.

◇한국 기업, 미국 정부 압박·경쟁사 견제 벗어나나=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에 공장을 세우기로 최종 결정하고 현지 기업과 협력하기로 결정한 만큼 미국 정부의 압박과 경쟁업체들의 견제도 어느 정도 힘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트위터를 통해 삼성전자의 미국 공장 건설 가능성 기사를 링크하며 "고마워요 삼성!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요"(Thank you, @samsung! We would love to have you!)"라는 노골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특히 미국 가전회사 월풀은 현지에서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높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겨냥해 최근 반덤핑 제소, 세이프가드 청원을 내는 등 다방면으로 압박을 가해왔다. 하지만 국내 제조사들이 '메이드 인 USA' 제품을 만들 경우 현지 시장 점유율을 사수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GE, 콘티넨탈리소스와 손잡은 SK그룹도 미국산 LNG를 확보함으로써 중동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미국산 에너지를 제3국에 수출할 기회를 얻게 됐다. 미국 역시 연간 2조원 수준의 에너지 생산·수출로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데다 4000~5000명의 고용도 창출해 딱히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속가능한 사업협력을 위해서는 당사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전제돼야 한다"며 "양사는 물론, 양국까지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글로벌 협력 모델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최태원 SK 회장(가운데)이 28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GE 존 라이스(왼쪽) 부회장과 콘티넨탈리소스 헤럴드 햄(우측)회장과 미국 셰일가스를 중심으로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MOU를 맺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SK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