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자산가에 증세 겨눈 文정부…손질 1순위는 상증세

조세재정연구원이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상속·증여세제 개선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사진=박경담 기자

문재인정부가 대기업과 고액 자산가에게 증세의 칼날을 겨눈 가운데 상속·증여세가 증세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문 대통령 스스로 대선 기간부터 부자증세, 조세정의 수립 차원에서 상속세와 증여세 강화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전체 납세자의 2%, 전체 국세수입의 1.56%(2015년기준)를 차지하는 상증세의 무게감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상속·증여세를 부의 집중을 억제하는 '공평과세'의 척도로 여기는 납세 문화로 우리 과세 체계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이 크다.


이는 최근 기획재정부의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기재부는 지난 27일 긴급 브리핑에서 경유세 인상, 근로소득세 면세자 축소, 주세체계 종량세 전환 등을 중장기 검토 과제로 못박았다. 서민증세 논란을 피해가겠다는 뜻이다. 반면 부자증세 범주에 속하는 상속·증여세는 개편 가능성을 열어놨다.

29일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이 실시한 '상속·증여세제 개선방향에 관한 공청회'는 상속·증여세 제도 개편의 신호탄이라 할만 하다. 발표자로 나선 강성훈 조세연 부연구위원이 제시한 상속·증여세 개편 과제 가운데 신고세액공제와 가업상속공제 개편이 가장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는 과세 대상자가 상속·증여세를 자진 신고하면 7%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에서 7%로 하향조정된 공제율을 3%까지 더 낮추겠다고 했다. 한승희 신임 국세청장 역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신고세액공제가 '인센티브'로서 의미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상속·증여세 신고가 미진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했던 당초 목표가 달성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박 교수는 "제도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면 부담이 너무 클 수 있기에 세 부담을 유예할 수 있는 쪽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고세액공제가 축소 또는 폐지될 경우 부담이 고액 자산가에 몰린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강 부연구위원 발표에 따르면 과세표준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납세자의 1인당 상속세 신고세액공제는 57억9500만원으로 500억원 이하(6억7100만원)보다 월등히 많다.

가업상속공제 수혜자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가업상속공제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까지 회사를 물려받을 때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로 범위가 꾸준히 확대됐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업상속공제의 취지가 중소기업을 잘 키워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시키자는 것"이라며 "엄격한 사후관리 요건은 완화시키돼 가업상속공제 대상은 중소기업을 키우려는 당초 제도 취지와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가업상속공제 축소가 기업 승계를 막는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강 연구위원은 현행 세법 하에서 증여세보다 상속세를 내는 게 더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부모세대가 자녀에게 생전에 증여하는 대신 상속하는 쪽을 택해 원활한 부의 이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