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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판례氏] 모발에서 발견된 마약…그런데 공소기각, 왜?

[the L]"모발검사만으로 범죄시점 추정 믿을 수 없어…피고인 방어권 위해"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입력 : 2017.07.0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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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친절한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니어
그래픽=이지혜 디자니어


필로폰 투약 혐의로 도피 생활을 하던 A씨는 결국 체포됐다. 경찰은 A씨의 머리카락을 잘라 마약 검사를 했다. 1~2cm 길이의 모발에서는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런데 대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경찰은 A씨를 잡았지만 실제 그가 언제 마약을 했는지, 몇 번이나 했는지를 입증할 증거는 없었다. A씨가 필로폰을 했다는 증거는 필로폰 양성 반응을 보인 모발검사 결과와 심증 뿐. 검찰은 머리카락이 한 달에 0.8㎝씩 자란다고 추정한 뒤 이를 근거로 마약을 한 시점을 계산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베트남 여행 중 카지노에 갔는데, 동석한 여자들이 '프리베이스' 방법으로 필로폰을 흡연했다. 간접적으로 노출돼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프리베이스 방법은 필로폰을 연기로 만들어 흡입하는 방식이다.

대법원은 모발검사 만으로 공소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소사실 입증이 안되서 재판을 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니 A씨는 무죄라는 것. 검사가 법원에 형사 재판을 요구할 때는 공소장을 내는데, 공소장에는 공소 사실이 적혀있어야 한다. 공소사실에는 범죄의 시일, 장소, 방법 등이 포함돼야 한다.

대법원은 모발검사 만으로는 필로폰을 투약한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모발검사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람마다, 또 같은 사람이라도 건강상태 등에 따라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는 차이가 있어서 모발 검사로 추정한 시점이 얼마나 정확한지 믿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또 모발감정 결과를 이용해 추정한 투약 가능 기간이 너무 넓다는 점도 지적했다. '수십일에서 수개월 사이에 투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결과가 나오는데 그 사이 여러 번 약을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매 투약 시마다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는 마약류 투약 범죄의 성격 상 이중 기소 여부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판단하는데도 곤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모발 감정 결과만을 토대로 마약류 투약 기간을 추정하고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머리카락에서 마약이 검출됐더라도 언제 한 마약인지 알 수 없다면 이중으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과거에 마약을 해서 처벌을 받았는데, 그 마약이 머리카락에 여전히 남아있다가 검출됐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공소사실은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해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이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이유는 재판을 받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기 위해서다. 다만 공소사실은 이런 요소를 종합해 재판에서 사실 관계를 다투는 사실과 다른 사실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

대법원은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고,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춰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하며,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판결 팁=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려면 범죄 일시와 장소, 방법 등 공소 사실이 명시돼야 한다. 다만 범죄 성격에 따라 개괄적으로 표시할 수 밖에 없거나, 개괄적으로 표시했더라도 다른 사건과 확실히 구분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인정받을 수 있다.

마약 범죄에서 모발감정의 경우 변수가 많아서 투약 가능 기간을 추정하기는 힘들다. 특히 마약류 투약범죄의 경우 추정 기간 동안 여러 번 마약을 했을 가능성도 크다. 대법원은 모발감정으로 추정한 투약가능기간을 범행시기로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공소사실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피고인이 재판에서 최대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어권에는 공소장을 받을 권리, 진술을 거부하거나 진술할 권리, 증거를 신청할 권리,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 등이 있다.

◇관련 조항

형사소송법

제254조(공소제기의 방식과 공소장)

①공소를 제기함에는 공소장을 관할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

②공소장에는 피고인수에 상응한 부본을 첨부하여야 한다.

③공소장에는 다음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1. 피고인의 성명 기타 피고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항
2. 죄명
3. 공소사실
4. 적용법조

④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⑤수개의 범죄사실과 적용법조를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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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allnew001  | 2017.07.03 08:53

"소사실에는 범죄의 시일, 장소, 방법 등이 포함돼야 한다. "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저따위 소릴 하나.. 개략적으로 처정일자를 쓰고 그게 합리성 있으면 인정해야지..정말 어이가 다 없네.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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