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대통령, 재판 중 갑자기 엎드려…건강 문제로 퇴정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김창현 기자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재판 도중 건강 문제로 퇴정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예정됐던 재판은 마무리되지 못한 채 중간에 종료됐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 도중 건강 문제로 퇴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갑자기 양 팔에 얼굴을 묻고 엎드렸다.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오후 6시를 넘겨 진행되던 중이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이상철 변호사가 일어나 재판부 쪽으로 다가가 뭔가 조용히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잠시 휴정할 것을 선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양 쪽에 교도관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법정 밖으로 빠져나갔다.

몇 분 뒤 재판부는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고지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 도중 박근혜 피고인의 몸이 좋지 않아 쉬고 있는 상태"라며 "증인신문을 더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강 상태를 해칠 수 있어서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측 동의를 얻어 오늘 마무리하지 못한 박 전 과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다음달 6일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이) 어지러워 했다"며 "재판을 오래 해 피로 때문인 것 같다"고 박 전 대통령의 상태를 설명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로 퇴정하자 법정 안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일부 방청객들은 재판부가 법정을 빠져나간 뒤 검사석을 향해 "사람을 그런 식으로 만드냐. 우리 대통령님 잘못되면 알아서 해"라고 소리를 쳤다. 또 "가족들이 당해봐야 한다", "차라리 우리를 다 잡아가라"는 발언도 나왔다. 일부 여성 방청객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