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건너 ‘中 원전 100기’…사고시 사흘만에 국내영향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이동우 기자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등 강력한 ‘탈(脫)원전’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이웃나라 중국은 2030년까지 원전 100기 이상을 운영키로 하며 원전확대 정책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사고 발생 시 국내 영향이 심각한 중국 원전에 대한 대비가 없는 탈원전 정책은 전력수급 불안 등만 야기하는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 3월 기준으로 가동 중인 원전은 36기, 설비용량은 32.6GW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현재 건설 중인 원전 21기를 포함해 2030년까지 원전 발전량을 200GW까지 늘린다는 계획으로, 100기 이상의 원전이 가동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기준 국내 발전 설비용량 105.8GW의 2배 규모로, 현재 국내 원전 설비(22GW)의 10배 수준이다.

특히 중국 내 가동·건설 중인 원전의 절반인 28기는 중국 동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 원전에서 만일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탈원전 정책에 들어간 우리나라도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지난 4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내놓은 ‘중국 원전(산둥반도) 가상사고 시 국내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동부 양쯔강 하류 장쑤성 티안완 원전에서 후쿠시마 규모의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 방사성 물질은 3~5일 만에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봄·가을철 편서풍으로 인한 중국발(發) 미세먼지와 황사로 고통받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 같은 시나리오는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방사성 물질로 인한 피해는 미세먼지나 황사와는 비교할 수 없다.

결국 중국 원전에 대한 관리 없는 우리 정부만의 독자적 탈원전 정책은 사고 위협에서 벗어나려는 애초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칫 전력수급 불안과 전기요금 인상 등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2030년까지 수명 만료로 폐기되는 원전은 고리 1호기를 포함해 12기에 달한다. 공사가 중단된 신고리 5·6호기를 포함해 계획 중인 원전은 8기다. 정부의 방침 대로 이들 20기가 폐기·중단된다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설비용량의 5분의 1인 21.3GW가 사라져 ‘전력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진다.

원전의 대체 에너지로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가 활용될 경우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에너지 전공 대학교수 230명으로 구성된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은 문 대통령 공약 이행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률을 36~40%로 추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중국과 국가 정상 차원의 원전 정책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과의 협력이 어려울 경우 현실성을 고려해 국내 탈원전 정책의 수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중국 원전 사고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때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한다”며 “원전안전대사직을 신설해 한반도 인접국의 원전 안전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런 문제는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상 차원의 의제로 삼는 것 자체가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며 “굳이 한다면 한·중·일 3국 간의 안전공조를 위한 핫라인 개설 등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국내 정책을 현실성 있게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국, 미국, 영국처럼 신재생에너지를 열심히 하면서 원전을 버리지 않는 식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