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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나는 대한민국 '엘리트 검사'다

광화문 머니투데이 김익태 사회부장 |입력 : 2017.07.04 08:15|조회 : 8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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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획·특수·공안통 검사다. 2000명 검찰의 20% 안에 드는 소위 ‘엘리트 검사’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영 아니다. ‘검찰이 말이야~’ ‘검사들이란~’ 사회 곳곳 적폐가 적잖은데 개혁대상 1호란다. 청와대는 그렇다 치자. 국민들까지 목소리를 높인다. 사회 정의를 세우고 국민의 인권을 지킨 게 아니라 정권과 결탁했단다. 우리들의 권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조직의 목표로 삼았다고 비판한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엘리트 검사 출신인 우병우 때문이다. 난 인물이다. 하루 먹고 살기 바쁜 국민들이 민정수석 이름까지 다 안다. 이런 검사가 있었던가. 검찰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단다. 그가 살았으니 우리가 죽게 생겼다. “수사까지 말아 먹더니 술 마시고 돈 봉투까지 돌렸다”고 손가락질을 한다.

‘윗분의 뜻을 받들었던’ 김기춘도 못지 않다. 복집 사건을 도청 프레임으로 바꾼 ‘신공’을 우병우와 함께 ‘정윤회 문건’ 사건에서도 어김없이 발휘했다. 우리 같은 법률 기술자들이 없었다면 국정농단이란 막장드라마의 탄생은 불가능했다.

우리가 세긴 센 모양이다. ‘검찰 공화국’이란다. 기소 독점에 ‘기소 편의주의’란 비판도 듣지만, 괘의치 않았다. 무죄가 나와도 정권 구미에 맞는 ‘맞춤형 수사’를 하면 승승장구 했다. 출세 욕망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았다. 수사권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사법 절차 전체를 관장한다.

검사장 등 차관급 예우를 받는 게 49명이다. 행정부 내 다른 부처를 모두 합한 것보다 세다. 법원은 차관급인 고등 부장판사가 60여 명이 넘는다. 법대(法臺)가 위에 있다고? 우리도 그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 3권 분립 외 ‘제4권’이란 말도 나온다.

권부의 핵심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차지했다. 새 정권에선 종 쳤다. 인사·예산권을 쥐고 있는 법무부도 점령했다. 장·차관은 물론 교정본부장을 뺀 국장 모두 우리 식구들이다. 주요 실무과장의 절반 가량도 검사다. 경찰청과 국세청이 행정자치부와 기획재정부를 점령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아~우리와 비슷한 곳이 있긴 하다. 국방부다. 그러고 보니 여기도 개혁대상이란다.

위기도 있었다. DJ가 대통령이 됐을 땐 모골이 송연했다. 우리가 사형을 구형하지 않았나. 잔뜩 긴장했는데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휘호를 하사했다. 한숨 돌리니 새 대통령이 개혁의 칼을 뽑았다. 기수를 목숨처럼 여기는데 검찰 출신도 아닌 한참 어린 여성 법무장관을 임명했다. 대통령과 맞짱도 떴다.

독립성을 보장할 테니 알아서 개혁하라고 했다. 개혁하자며 토론만 했다. 이상만 숭고했을 뿐이다. 우리가 누군가. 조직의 생리를 너무 몰랐다. 때 마침 우리에겐 안대희가 있었다.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검사’ 칭호까지 받았다. 이렇게 잘하는데 왜 개혁을 하자는 거지? 다행스럽게 국민이 무관심했다.

이번엔 쉽지 않을 것 같다. 민정수석도 법무장관 후보자도 형사법 전공자다. 대통령은 당시 민정수석으로 토론을 주관했다. 우리를 속속들이 들여다 보는 듯 하다. 취임 열흘 만에 언론에 회자 됐던 중요 사건의 책임자들을 인사 조치했다. 전광석화였다. 정기 인사 때 해도 될 일이었다. 마치 그런 검사들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우리를 수사·기소까지 하는 조직까지 만든다고 한다. 윤석열 지검장의 대중적 지지도가 높지만, 안대희 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 같다.

그간 우리의 힘을 빼는 검찰 개혁안에 법무부가 앞장서 반대했지만, 이도 여의치 않을 것 같다. 새 법무장관이 오면 얼마의 검사들이 친정으로 복귀할지 모른다. ‘탈검찰화’다. 이제 기댈 곳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다. 검사 출신 의원들의 활약을 기대해 볼 뿐이다.

혹자는 우리를 권력과 출세욕에 불타 검찰 지상주의에 갇혀 산다고 한다. 물론 소수다. 대다수 형사부 검사들은 산더미처럼 쌓인 사건 기록과 밤새 씨름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 분위기를 선도하고 대외적 발언권을 독점하는 건 우리다. 외부로부터의 개혁에 순응할지, 스스로 개혁할지, 아니면 때를 기다려야 할지 그게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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