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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배출가스규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보는 세상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입력 : 2017.07.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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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되찾은 시간(Time Regained)'은 문학적 표현일 뿐,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선택에 대해 '잘했다', '못했다'를 나중에 판단할 뿐 다시 시간을 되돌려 그 선택의 순간으로 갈 수는 없다.

디젤차 배출가스 측정 방식과 관련해 규제 당국과 자동차 업체가 '선택의 순간'을 맞았다. 최고 수준 규제인 유럽의 '국제표준시험방법(WLTP)' 일정을 그대로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미국처럼 아예 WLTP를 지키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일본처럼 3년의 유예 시간을 자동차 업체들에게 벌어 줄 것인가.

환경부는 지난달 29일 강화된 디젤차 배출가스 측정방식을 담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경·중·소형 승용 및 중·소형 화물 디젤차에 대해 WLTP를 도입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WLTP는 현재 유럽 연비측정방식인 'NEDC(New European Driving Cycle)'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에서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것이다.

원래 자동차 업체들은 기존 차에 대해 2019년 9월부터 적용되는 'RDE-LDV(실주행 배기가스 측정)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럽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를 겪으면서 'WLTP'를 추가로 조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유럽의 WLTP 일정에 맞춰 신규 모델은 올해 9월 1일부터, 현재 판매 중인 기존 모델은 1년 뒤인 2018년 9월 1일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주에 입법 예고가 이뤄졌는데, 자동차 업체들은 곧바로 '건의'를 준비 중이다. 개정령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중견 자동차 업체의 일부 디젤 모델은 인증 기준이 충족될 때까지 판매가 잠정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차를 약 6개월간 못 팔고 공장 가동을 못하게 되면 회사가 거의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놓인다고 한다. 부산의 르노삼성 직원이나, 평택의 쌍용자동차 직원들에게는 절박한 현실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따라갈 수 있도록 규제에 물리적인 시간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일정을 늦춰 달라는 것이다. 가령 내년 9월 1일까지 '판매 중인 디젤 차종의 40%'로 한 후 차차 비율을 높이는 '단계적 시행'을 해달라는 요청이다.

환경부는 한-EU FTA 때문에 국내도 유럽 일정과 똑같이 WLTP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수출 차량이 아닌 내수 차량까지 당장 유럽 기준을 충족할 의무는 없다.

'질소산화물 후처리 장치(SCR)' 같은 배출가스 저감 장치의 원천기술을 보쉬, 델파이 등 독일 부품업체가 갖고 있기 때문에 현대·기아차처럼 부품 부문이 없는 중견 자동차업체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기존 차량은 WLTP에 맞는 시스템 변경, 하부 재설계, 성능 최적화, 인증에 2~3년의 준비가 필요한데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미국은 WLTP를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일본은 유럽 일정과 별개로 자국 도입을 최대 3년간 늦추기로 했다. 규제 당국이 '단계적 시행'으로 기업에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보세]배출가스규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황시영
황시영 apple1@mt.co.kr

머니투데이 산업1부 자동차·물류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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