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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화국'의 종언, 새로운 '괴물'의 출현?

[the L]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공수처 중립성 지키려면 공수처장 제청권 국회·중립기구에 넘겨야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입력 : 2017.07.07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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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화국'의 종언, 새로운 '괴물'의 출현?

#. 한국전쟁 발발을 사흘 앞둔 1950년 6월22일. 이승만 대통령은 난데없이 김익진 검찰총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좌천시켰다. 검찰총장엔 서상환 서울고검장을 앉혔다. 권승렬 법무부 장관은 아예 쫓겨났다. 누가봐도 문책성 인사였다. 이런 갑작스런 인사 뒤엔 경찰이 있었다.

경찰은 애써 잡은 '좌익인사'들을 검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풀어주는 게 못 마땅했다. 이 전 대통령도 검찰의 이런 행태가 불만이었다. 그러던 중 김 전 검찰총장의 말 한마디가 검경 갈등의 불을 당겼다. "경찰 조서에 의견만 있고 증거가 없다." 경찰은 이 전 대통령을 구워삶았다. 결국 검찰은 치욕을 맛봐야 했다.

검찰이 처음부터 경찰보다 우위에 있었던 게 아니다. 이승만 정권 땐 경찰의 힘이 검찰을 압도했다. 당시 경찰 간부 대부분은 일제강점기 고등경찰 출신이었다. 그런 경찰은 법원 서기 출신의 젊은 검사들을 낮잡아봤다. 1948년 10월 여순반란사건 당시엔 경찰이 검찰 지청장을 총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찰이 이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전 대통령과 경찰은 '좌익척결'이란 목표를 공유했다. 사실상 '운명공동체'였다. 권력은 권력자와의 거리에 반비례한다. 당시 경무대(현 청와대) 경호는 경찰이 맡고 있었다. 경찰은 지근거리에서 이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검찰이 이길 수가 없었다.

검찰이 경찰보다 우위에 선 건 박정희정권 때부터다. 이유는 크게 3가지였다. 첫째, 대통령 경호를 군 출신들이 맡게 되면서 경찰의 힘이 한풀 꺾였다. 둘째,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생기면서 검사들이 대통령의 곁을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공안통' 출신들이 검찰총장 자리를 사실상 독식하며 검찰이 중앙정보부와 함께 '정권수호'의 최선봉에 섰다. 당시 잘 나가던 대표적인 공안 검사가 유신헌법을 작성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정권과 검찰의 공생이 시작된 셈이다.

군사정권 이후엔 힘이 빠진 안전기획부와 군 보안사령부의 빈 자리를 검찰이 채웠다. 검찰은 각종 공안·특수 수사로 대통령의 정권유지를 도왔고, 대통령은 그런 검찰에 힘을 실어줬다. 검찰은 그렇게 최고의 권력기관 자리에 올라섰다. 대한민국이 '검찰 공화국'이 된 과정이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숙원이다. 인권 변호사 시절부터 수십년 묵은 숙제다. 평생을 함께 한 '영혼의 벗'까지 사실상 검찰의 손에 잃은 터다. 쉽게 포기할 리 없다. 최우선 목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다. 검찰과 정권의 유착관계를 끊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꺼내든 카드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다. 전직 대통령,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독립기구인 공수처에 맡기자는 구상이다.

공수처는 반드시 신설돼야 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다. 대한민국을 검찰의 손에서 해방시킬 길이다. 그러나 공수처를 만든다고 모든 게 해결될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수처는 과거 검찰이 걸어온 길을 답습할 수 밖에 없다. 그게 권력기관의 생리다. 검찰의 힘을 빼는 대신 또 하나의 '괴물'이 출현하는 셈이다.

공수처의 인력이 어떻게 구성될지 생각해보자. 고위공직자 수사를 전담하는 곳이니 그런 일을 해왔던 이들이 갈 수 밖에 없다. 바로 권력형 비리를 주로 수사해왔던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다.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모여 고위공직자 수사를 전담한다면 과거 '정치검찰의 상징'으로 지목돼 사라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뭐가 다를까? 공수처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수사만 한다면 검찰에서 '스핀오프'된 대검 중수부에 다름 아니다.

공수처장 제청권을 국회 또는 별도의 중립기구에 넘기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 물론 대통령이 제청권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임명권을 행사한다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 그게 공수처가 '권력의 시녀' 또는 '정권의 주구'로 전락하는 걸 막을 길이다. 또 피로 얼룩진 '정치보복'의 사슬을 끊을 길이다. '제2의 노무현'이 나오게 할 순 없다. 결단은 문 대통령의 몫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7월 6일 (15:3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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