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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조선 생태계 소멸 두고 볼 것인가

군산 조선 생태계 보전은 '신뢰'의 문제…조선산업 지속발전 막힐 수 있어

기자수첩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입력 : 2017.07.0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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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전라북도 군산 지역에 조선 기자재 업체들이 들어와 자리 잡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느냐는 질문에 김동수 군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이같이 답했다.

다양한 선박 기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사들과 현대중공업 (147,000원 상승8000 5.8%) 군산조선소가 협업해 제대로 된 선박을 만들어내는 군산 '조선 생태계' 구축에 필요했던 시간은 2008년 착공돼 2010년 완공된 군산 조선소 건설 기간보다 길었다는 뜻이다.

생태계 구축에 단순히 긴 시간만 투입된 것은 아니었다. 경상남도 창원에 있던 공장 전부를 군산으로 이전했다는 협력사 A중공업 대표는 "설비를 하나하나 해체해 옮기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며 "군산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조선 기지로 키운다는 현대중공업과 정부의 비전에 모든 것을 걸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사 B테크 대표는 "전 재산을 털었다"며 "세계 1위 조선사의 파트너가 됐다는 자부심이 그만큼 컸었다"고 회상했다. 군산 조선업 생태계는 3년 이상의 시간과 신뢰를 토대로 형성된 셈이다.

군산 생태계는 이제 소멸 단계에 들어섰다. 조선소 일감이 끊긴 지난 반 년간 80여개 협력사는 이미 50여개로 줄었고, 조선소가 가동 중단에 돌입한 지난 1일 이후로는 나머지 50여개도 차례차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생태계 소멸의 고통은 지난 5일 정부가 군산 협력사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겠다며 마련한 자리에서 고스란히 전해졌다. "대규모 실직으로 가정이 파괴되고 있다", "투자한 모든 것을 잃게 됐다"는 호소가 청취회가 열린 군산 한국산업단지공단 전북지역본부 강당을 떠다녔다. 시각에 따라서는 '적자생존' 논리에 수반된 어쩔 수 없는 과정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조선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생각하면 이를 조선 불황기에 생긴 하나의 통과과정으로만 치부할 순 없다. 역사적으로 조선 경기가 15년 사이클로 부침을 거듭한 점을 감안하면 떠나간 일감은 앞으로 분명히 차오른다.

호황기에 부랴부랴 다시 조선소 재가동에 돌입하려 해도 소멸된 생태계 재생에는 또다시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대응 속도가 그만큼 둔화되고 이 역시 비용이다.

무엇보다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협력사들의 손이 필요할 미래의 어느 시점에 과거처럼 경쟁력 있는 협력사들은 선뜻 모든 것을 걸고자 하는 용기를 내지 않을 것이다.

굳이 군산이 아니더라도 생태계 소멸의 기억은 앞으로 한국 조선산업 곳곳에 떠다닐 수 있다. 청취회장에서 한 협력사 대표는 "우리가 살아있어야 조선산업도 산다"고 말했다. 생태계 끝단에서 전해지는 경고를 허투루 흘려 들어서는 안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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