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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좌파적 공약의 우파적 실행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7.07.10 03:47|조회 : 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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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우리나라 소액주주 운동의 대부다. 이런 그가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되면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42개 종목, 48억원어치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소액주주 운동가였지만 한 편에서는 큰손 투자자로서 살았던 것이다.

교육 정상화를 내걸고 자사고와 외고 폐지를 추진하는 문재인정부에서 장·차관 등 핵심 인사의 상당수가 자신의 자녀들은 외고나 자사고, 강남 8학군 고등학교에 보낸 것으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다.

위의 사실들을 다시 끄집어낸 것은 누구를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현실을 인정하고 현실 위에서 정책을 추진하자는 뜻이다. 시민운동가도, 고위 공직자도, 저명한 학자도 겉으로 드러난 것과 무관하게 삶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특별하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입과 항문이다. ‘벽암록’이 가르치듯이 우주의 절대적 진리는 별게 아니고 공양그릇 속의 밥이며 통 속의 물이다. 도(道)가 무엇인가. 분별심이 없는 게 바로 도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게 옳다. 그걸 인정하고서 뭐든 시작해야 한다.

출범 후 두 달이 지난 문재인정부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이다. 시급 기준 최저임금 1만원 인상도 내걸었다. 안전과 친환경을 위해 ‘탈(脫)원전’을 선언하며 짓고 있던 2기의 발전소 공사도 중단시켰다.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가격에도 직접 개입할 태세다. 신용카드 수수료, 이동통신비, 실손보험료 등이다. 정책이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인가.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 시인 굴원이 쓴 ‘어부’(漁父)에서 그 답을 찾아봤다. ‘어부’는 유배 중인 굴원이 나라를 위한 고뇌와 울분을 토로한 시로 가상의 인물인 어부와 굴원이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이다.

유배되어 초췌하게 호숫가를 걷는 굴원에게 어부가 유배당한 이유를 묻자 굴원이 말한다. “온 세상이 흐린 속에서도 나만 홀로 맑고, 모든 사람이 다 취하고 몽롱한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서 추방되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굴원의 주장에 어부는 “성인이라면 모름지기 세상사 변화에 잘 어울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굴원을 나무란다. 그러자 굴원이 반박한다. ‘어부’에서 아주 유명한 구절이다. ‘신목자필탄관 신욕자필진의’(新沐者必彈冠 新浴者必振衣). ‘머리를 감은 사람은 갓의 먼지를 털어 쓰고, 몸을 씻은 사람은 옷의 먼지를 털고 입는다’는 의미다. 굴원은 차라리 강물에 몸을 던져 물고기 밥이 되는 게 낫지 깨끗한 몸을 더럽힐 수는 없다고 울분을 토한다.

이 같은 굴원의 고고하고 비타협적인 자세에 대해 어부는 빙그레 웃고는 노를 저어가면서 노래한다. 초사 ‘어부’의 결론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해석하면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가장 정갈하게 간수해야 하는)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는 뜻이다.

한국현대사에서 진보적 지식인을 대표하는 인물인 고 신영복 선생은 그의 저서 ‘강의’에서 이 구절을 해설하면서 “이론적 측면에서는 원칙을 고수해 좌경적으로 하더라도 실천을 할 때는 현실주의와 대중노선을 추구해 우경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공약은 좌파적으로, 그렇지만 정책의 실행은 우파처럼. 이게 문재인정부의 과제고 여기에 문재인정부의 성패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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