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실시간 속보

경제신춘문예 (~12.08)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우보세]'갑'의 대명사로 전락한 '흙수저' 정우현

우리가 보는 세상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입력 : 2017.07.12 08:46
폰트크기
기사공유
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경남 하동군 산골마을의 가난한 집안, 8남매 중 일곱째였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농사일을 익혀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쇠죽을 끓이고 산에 올라 땔감을 구하는 것이 일이었다. 1970년대중반에는 장인이 운영하던 섬유도매업체에 들어가 1년 만에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가장 큰 점포로 키워냈다. 당시 매장 한 가운데 '퇴직금 지급 점포'라고 써 붙여놓은 일화는 상인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되곤 했다. 직원을 종처럼 부리던 험한 시절에 '가족처럼 일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경영 신념을 드러낸 것이다.

최근 가맹점 갑질 논란으로 구속된 정우현 MP그룹(미스터피자) 회장 스토리다. '흙수저'로 어렵게 자란 정 회장은 '을'의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사업 초기엔 가맹점을 '가족점'이라고 부르며 물심양면 알뜰살뜰 챙겼다. 전국 가맹점을 직접 돌며 소통했고 지저분한 매장 화장실을 손수 청소해주는 감성경영으로 점주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정 회장은 '갑'의 대명사가 됐다. 미스터피자 프랜차이즈에서 탈퇴한 전 가맹점주가 새 피자집을 열자 바로 근처에 직영점을 내고 제품을 싼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보복영업을 했다고 한다.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를 끼워 넣어 가맹점에 치즈를 비싼 값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내가 건물 안에 있는데 왜 정문을 닫았냐"며 건물 경비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은 지 1년여 만에 결국 대국민 사과를 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미스터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은 직원을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앞서 떡볶이 프랜차이즈 아딸 대표는 인테리어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 받았다. 죠스푸드도 가맹점에 인테리어 공사를 강요했다가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 경영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일방적인 계약 해지, 광고·인테리어 비용 전가, 강제 물품 구매 등이 고절적인 불공정거래 관행으로 꼽힌다. 전 가맹점주의 영업을 방해하는 '보복출점'이나 필수 재료를 오너 가족들이 독점공급하는 '통행세' 역시 전형적인 갑질 수법이다.

이같은 문제들은 수년간 반복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잘못된 관행을 근절해야 할 정부와 업계의 의지가 약했고 가맹점주 생계와 직결된 사안이어서 유야무야 덮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보호를 위한 법안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조만간 가맹본부 불법행위로 인한 가맹점 손해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도 도입될 예정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수는 2012년 17만개에서 2014년 19만개, 2016년 21만개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기술과 자금이 부족한 은퇴자들이 쉽게 창업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테리어교체, 물건주문, 할인행사 등을 강요하는 프랜차이즈 본사 때문에 투자비만 날리고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 하루에 114개 점포가 새로 문을 열지만 66개가 폐업하는 것이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의 현실이다.

문제가 터지면 오너 사임 등 임시방편으로 여론을 잠재웠다가 다시 관행으로 돌아가는 방식으로는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갑', 가맹점은 '을'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파트너십'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송지유 산업2부 차장
송지유 산업2부 차장

송지유
송지유 clio@mt.co.kr

머니투데이 산업2부 송지유 차장입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몰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유통산업을 비롯해 패션, 뷰티 등 제조 브랜드 산업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