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 "한국 탈원전·탈석탄 정책 현명"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

제니퍼 리 모건(Jennifer Lee Morgan) 그린피스 국제 사무총장이 1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7.1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한국의 새 정부가 원자력·석탄 발전 에너지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한 것은 현명하고 실용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국제사무총장 제니퍼 리 모건(Jennifer Lee Morgan·51)은 1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에서 가진 뉴스1과 인터뷰에서 "신재생에너지의 생산비용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이미 브라질과 미국 등 몇몇 국가에서는 원자력발전 에너지보다 저렴하다"며 "한국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다른 미래를 가져올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건 사무총장은 "석탄발전소가 줄어듦에 따라 시민들은 대기 질 개선을 체험하고, 태양열 발전 설비의 생산과 수리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변화에 따른 혜택이 시민들에게 전해질 때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린피스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자 세계적인 기후변화 전문가인 모건은 한국의 에너지 전환 노력을 격려하고 다른 나라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지난 11일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첫날엔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면담했고 13일엔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만난다.

모건 사무총장은 "평창올림픽 전력을 100%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인 최 지사에게 용기를 드렸고 나아가 강원도 전체 전력을 100%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목표를 세울 것을 제안했다"며 "미국에서 보듯 지방정부도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고 국제사회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니퍼 리 모건(Jennifer Lee Morgan) 그린피스 국제 사무총장이 12일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7.1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다음은 모건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문재인 정부의 새 에너지 정책에 대한 반발도 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시민들의 꾸준한 요구로 만들어진 것이다. 에너지 정책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윤리적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시민이 중심이 돼야 한다. 또 불만이나 비판이 터져 나올 때 독립된 전문가의 의견인지 현재 산업구조에서 이익을 누리는 집단의 이야기인지 시민들이 정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
▶투자금융회사 '모건스탠리'는 3년 안에 세계적으로 석탄 등 전통연료 에너지보다 신재생에너지가 더 싸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브라질과 미국 등에선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발전 에너지보다 저렴하고 중국에서도 풍력발전이 더 저렴하다. 환경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까지 비용으로 환산하면 특히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적이다. 일자리 창출에서도 많은 혜택이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980만명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종사하고 있고 이 수치는 향후 10년간 두 배로 증가할 예정이다.

-더 많은 사람이 에너지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참여하도록 이끄는 방법은
▶학교와 집, 지역사회에 신재생에너지를 제공해 그들이 직접 혜택을 느끼게 하면 된다. 신재생에너지가 비싸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석탄발전소가 단계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대기질이 개선되는 것을 체험하면 그것이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언론과 정부가 제대로 정보와 전문가 의견을 균형잡힌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에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문제로 대두됐는데 국경을 넘는 환경오염에 대한 국제협력 방안은
▶다른 국가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확대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린피스는 2008년부터 중국에서 초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운동을 진행해왔다.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 사람들이 오염 농도를 바로 알 수 있게 하고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적인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 3년간 중국에서 석탄발전이 줄어든 것은 좋은 신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한 파리기후협정의 미래는
▶주요 20개국 회의(G20)를 참관하고 왔다. 미국을 제외한 19개국은 앞으로도 파리협정을 이행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왕따인 것. 이를 계기로 오히려 미국인을 포함한 세계인이 더 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됐다.

제니퍼 리 모건(Jennifer Lee Morgan) 그린피스 국제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ECC극장에서 열린 '이화 글로벌 리더와의 대화'에서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2017.7.1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한편 모건 사무총장은 인터뷰에 앞서 '이화 글로벌 리더와의 대화'의 첫 번째 연사로 나서 이화여대 재학생과 그린피스 후원자 등 300여명 관중을 대상으로 강연을 펼쳤다. 강연은 '행동을 통한 긍정적인 변화: 왜 시민의 힘은 승리하는가'라는 주제로 이화여대 ECC에서 진행됐다.

그는 지난해 이화여대 학생들이 운동을 통해 정유라 학사특혜 의혹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변화를 이끈 것과 관련해 "그린피스를 이끌어가는 것도 독립적인 시민들의 힘과 평화로운 목소리"라며 "여러분들이 보여준 용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앞으로도 그런 정신을 가져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기업과 정부의 후원 없이 개인들의 후원으로만 운영된다.

모건 사무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며 "홍수와 폭우, 폭염 등 이상기후가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기후변화는 정치와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와 아이들의 문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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