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3% 성장 회복되나…'청신호' 켠 한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새 정부 집권 첫 해 3% 성장 가능성이 높아졌다. 추경 효과를 배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8%로 예상된다는 한국은행 전망이 나왔다.

앞서 정부는 11조원대 일자리 추경이 집행될 경우 연간 성장률이 0.2%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예상대로면 올해 3% 성장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실화될 경우 2014(3.3%) 이후 3년 만에 3%대 성장세다.

한국은행은 13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4월 전망(2.6%)보다 0.2%포인트 더 높인 2.8%로 예상했다. 물가상승률은 4월 전망과 같은 수준인 1.9%로 내다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전망에 정부 추경효과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계획대로 추경이 집행된다면 성장률을 추가로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4월(2.5%→2.6%)에 이어 잇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높였다. 한은이 2회 연속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은 2010년(4.6%→5.2%→5.9%) 이후 7년 만이다. 연간 4회로 경제전망 횟수를 늘린 2012년 기준으로는 처음이다.

상반기 내수 소비는 다소 주춤했지만 수출이 반도체 등 주력제품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였고 건설·설비투자도 좋은 흐름을 나타낸 결과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1%를 기록했다. 분기 성장률이 1%대로 반등한 것은 2015년 3분기(1.3%) 이후 6분기 만이다. 한은은 2분기에도 수출, 설비투자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 소비도 심리개선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견실한 성장세’라는 표현을 수 차례 썼다. 그만큼 연초 전망보다는 국내 경기 회복세가 나아졌다는 의미다. 다만 그는 고용, 가계소득 등 성장의 질적인 측면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 기여도를 내수 2.2%포인트, 수출 0.6%포인트로 추정했다. 전년과 비교해 내수 기여도는 0.1%포인트 하락한 반면 수출 기여도는 0.1%포인트 상승했다.

부문별 전망치를 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2.2%로 조사됐다. 장민 조사국장은 “정부 가계소득 증대 정책은 민간소비 개선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질구매력 개선 제약, 이자지급 부담 증가 등은 제약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한국은행

지난해 역성장(-2.3%)했던 설비투자는 올해 9.5%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IT분야 주력 수출품 호조로 주요 기업들이 생산라인을 신규 증설해 성장세를 견인할 전망이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6.5%로 지난해(10.7%)보다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주거용 건물 착공면적이 다소 줄어든 데다 정부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축소도 고려됐다.

취업자 수는 36만명으로 지난해(30만명)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률은 3.8%, 15세 이상 고용률은 60.8%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00억달러로 지난해(987억달러)와 비교해 29%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은은 올해 성장에 상하방 리스크가 모두 있다고 평가했다.

성장률을 추가로 더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는 △추경 등 신정부 경제대책 △글로벌경기 및 IT업황 호전에 따른 수출 및 설비투자 개선세 △사드 관련 갈등 완화 등이, 반대 요인으로는 △사드 관련 무역제한조치 및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꼽혔다.

물가상승률은 국내경제 회복세, 고용여건 개선에 따른 임금상승 등이 상방 요인으로 미국 셰일오일 증산에 따른 유가 하락과 통신비 인하 등 물가안정대책은 하방 요인이 될 전망이다.

한편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은 2.9%, 물가상승률은 1.9%로 4월 전망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