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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고?"…이별 보복 '염산 테러' 주의보

5년간 467명 애인 손에 사망…"스토킹 방지법 등 근본대책 필요"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입력 : 2017.07.19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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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뉴스1
/삽화=뉴스1
#지난 6일 경기 성남시의 한 호프집 여사장 A씨(56)는 2개월간 교제한 남성 B씨(58)에게 이별을 통보한 후 머리와 다리를 둔기로 맞았다. B씨는 A씨가 부상당한 부위에 청소용 염산(농도 9%)도 뿌렸다. A씨는 두피 열상과 다리 골절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지난달 11일 한 대형백화점에서 매장 직원 C씨(26)는 이름 모를 액체를 맞고 온몸이 화끈거려 재빨리 화장실로 달려갔다. 물을 끼얹자 옷에서 연기가 났다. C씨가 맞은 액체는 청소용 염산. C씨는 주부 D씨(35)와 수년간 교제했으나 8개월전 헤어졌다. D씨는 자신의 연락처가 차단당하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일을 벌였다.

염산 등을 활용한 이별 후 보복 범죄가 잇따르면서 관련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현재 애인이나 과거 연인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467명이며 이 기간 연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 또는 상해로 검거된 사람도 2만8453명에 이른다.

특히 이별 후 보복범죄에는 인터넷과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농도 10% 이하의 청소용 ‘묽은 염산’(농도 9~9.9%)이 빈번하게 사용된다. 지난해 11월에는 세탁소 주인이 이별을 통보한 간호사에게, 2015년 12월에는 40대 직장인이 헤어진 애인에게, 2015년 9월에는 3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에게 우유팩에 담은 염산을 뿌려 충격을 줬다.

기자가 구입한 농도 9.9%의 청소용 염산. <br> 한 오픈마켓에서 비회원으로 구입하자마자 이날 배송이 시작됐다 /사진=이재은 기자
기자가 구입한 농도 9.9%의 청소용 염산. <br> 한 오픈마켓에서 비회원으로 구입하자마자 이날 배송이 시작됐다 /사진=이재은 기자
묽은 염산이 범죄에 자주 사용되는 것은 구하기 쉬우면서도 상대에게 타격이 크기 때문. 청소할 때 주로 쓰는 '묽은 염산'은 실험용인 농도 35% 이상의 ‘진한 염산’에 비해 부상 위험이 덜하지만 구입하기 쉬워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지난 13일 국내 한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비회원으로 농도 9.9% 염산 400ml 3통을 주문하자 아무 제약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 결제를 끝내자 불과 몇 시간 만에 배송이 시작돼 하루 만에 도착했다.

화학물질관리법상 '사고대비물질'로 분류되는 농도 높은 산은 신분증을 검사하는 등 까다롭게 규제된다. 하지만 농도 10%이하 청소용 염산처럼 농도 낮은 산은 온라인을 비롯 시중 약국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염산 등을 활용한 보복범죄를 줄이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성남중원경찰서 관계자는 "9% 농도의 염산이 가진 독성 정도는 일상 생활에도 많다"고 말했다.

노재근 한양대 화학과 교수는 “화장실 청소에 자주 사용되는 락스도 산화·부식성을 가져 몸에 해롭다”며 “다른 유독성 제품이 많은 데도 유독 염산이 자주 쓰이는 건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뿌리는 행위를 통해 분노를 표출하고 상대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핵심은 이별 후 보복성 범죄"라며 "염산처럼 뿌릴 게 없다면 흉기를 들고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별 보복 범죄의 처벌 수위가 높지 않아 같은 범죄가 계속 반복된다"면서 ‘스토킹 방지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별 보복범죄 전 협박이나 괴롭히기 등 전조 증세가 나타날 때 처벌을 통해 범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토킹 방지법'은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스토킹은 현재 경범죄처벌법에서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간주돼 범칙금 10만원 정도만 부과된다.

로스쿨 대학원생 김모씨(27)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관련법 제정을 약속했고 국정기획위에서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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