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밥그릇 챙기느라 진입장벽 높아지는 해외 재보험시장

머니투데이

싱가포르=권화순 기자

“세계 각국이 재보험시장을 보호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도 장벽을 높이고 있어 해외시장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박진화 코리안리 말레이시아 지점장)

코리안리가 이달 초 말레이시아의 역외 경제특구인 라부안에 무인지점을 열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해외 재보험사에 재보험 물량을 50% 이상 넘기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어 경제특구인 라부안을 통한 우회 진출이 필요했다. 라부안에 진출한 대부분의 재보험사는 코리안리처럼 라부안에는 실제 사무실과 직원이 없는 무인지점을 두고 실제 업무는 싱가포르에서 담당한다.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자국 재보험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이는 추세다. 코리안리가 국내 보험시장에서 국내 재보험 물량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 역시 자국 재보험사가 재보험 물량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할 수 있도록 보호장치를 두고 것이다.

특히 인도는 자국 보험사가 재보험사에 물량을 넘길 때 국영 재보험사인 GIC리에 5%를 의무 출재하도록 한다. 해외 재보험사는 신용등급별로 최대 출재 비율을 제한한다. 브라질도 재보험료의 40%를 자국 재보험사에 넘기도록 강제한다. 중국은 해외 재보험사에 물량을 넘길 때 자국 재보험사 대비 높은 신용위험계수를 적용하게 한다. 신용위험계수가 높아지면 요구자본이 늘어난다. 해외 재보험사에 물량을 많이 넘긴 보험사는 RBC(보험금 지급여력) 비율이 떨어지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재보험시장의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자동차·상해·건강보험 등 소규모 보험에 대해서는 아예 해외 재보험사에 재보험 물량을 넘기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해외 재보험사의 진출 자체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재보험사 설립할 때 외국인 지분율을 49%로 제한한다. 인도네시아는 지점 설립을 불허하고 현지법인 형태로만 진출을 허용한다. 말레이시아는 본토에서는 재보험 신규 인가를 내주지 않고 역외 경제특구인 라부안에만 지점 설립 인가를 내준다. 자연재해 위험이 높아 자국 재보험사만으로는 물량 소화가 어려운 일본과 대만 정도만 재보험 진입 장벽이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