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이지 않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미국 중앙은행을 이끌고 있는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비둘기'파로 정평이 나 있죠. 물가가 뛰는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가 나빠져서 실업이 늘어나는 걸 더 걱정하는, 그래서 긴축적이기보다는 다소 느슨해 보일 수도 있는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옐런 의장이 완전히 딴 사람처럼 매파적으로 비쳤던 것도 그래서입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큰 폭으로 떨어져 사람들이 다시 저물가를 걱정하던 당시 옐런 의장은 "일시적 잡음에 불과하다. 과잉반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물가가 떨어지는 게 걱정스럽지 않다고 말하는 당시의 옐런 의장은 전형적인 매파였습니다.

그러나 지난주 이틀간의 의회보고 때에는 사람이 다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예의 비둘기파 옐런 의장의 모습이 온전히 되돌아 왔습니다. 최근의 물가상승률 하락이 일시적인 잡음 이외에 다른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낮은 물가상승률이 장기화하면 기존에 제시한 금리인상 폭을 낮추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옐런 의장의 의회 보고 다음 날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지표는 실제로 일시적인 물가둔화라고 보기 어려운 양상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휴대전화 요금이나 조제약값 하락 같은 일시적 요인이 지나간 뒤에도 미국 인플레이션의 기저 흐름은 여전히 약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진정한 추세 파악을 어렵게 하는 식품과 에너지와 주거비를 제외하고 소비자물가를 따져 보았더니 지난 6월에도 미국의 기저물가는 전달에 비해 0.03% 오른 데 그쳤습니다. 통계작성 이후 가장 길고 강력한 연쇄하락 흐름을 보였던 이 지표는 4개월 만에 상승 반전했지만, 이 속도대로라면 물가는 연간 0.36%밖에 오르지 못합니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는 2.0%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