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보릿고개' 2년 더… 구조조정 고삐 더 죈다

지난해 7월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삼성중공업 일방적 구조조정 저지 결의대회에서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회원들이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조선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조선 시황 회복 시점은 최대 2년 후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수주 물량은 지난해 보다 늘었지만, 수주 가격은 여전히 바닥권이어서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뜻이다. 업계는 시황 회복 시점까지 구조조정 고삐를 죌 전망이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9,640원 ▲10 +0.10%) 사장은 18일 서울 서초구 페이토 호텔에서 열린 조선해양플랜트협회 40주년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선 시황은 내후년이 돼야 회복될 것 같다"며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내는 것이 실력"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강환구 현대중공업 (129,400원 ▲4,100 +3.27%) 사장 역시 시황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사장은 이달 가동 중단된 군산조선소 재가동 시점 관련 "일감이 확보돼야 하는데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수주절벽을 겪은 지난해보다 수주가 늘었지만, 시황 회복을 논하기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 이날 행사에 참석한 조선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었다.

한국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283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다. 상반기 수주량만으로도 이미 지난해 전체 수주규모(223만CGT)를 넘어섰다. 때문에 조선 시황은 이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낙관론이 커졌다.


조선업계 수장들이 여전히 비관론에 무게를 둔 까닭은 수주량이 아닌 가격이었다. 박 사장은 "지금 계약하는 선가는 너무 낮다"며 "수주물량은 늘어난 것 같은데 가격은 여전히 찬바람"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1~5월 클락슨리서치 신조선가 지수는 121~123을 기록 중인데 이는 수주절벽이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9~131보다 여전히 낮다. 올해 국내 업계의 수주가 가장 활발한 초대형유조선(VLCC)의 글로벌 시세 역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0% 이상 낮게 형성돼 있다. 올해 수주물량이 늘었지만, 수주 수익성은 지난해보다도 낮을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구조조정 고삐를 더욱 죌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같이 살려면 십시일반으로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며 "1년 반 내지 2년은 그런 노력을 해야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노동자협의회 측에 2018년까지 대리 이하 사원 임금 10% 반납 의사를 전달했다. 현대중공업은 기본급 20% 반납안을 두고 노조와 갈등을 이어가는 상태다.

박 사장은 "노협이 반발해도 어쩔 수 없는 문제"라며 "상황을 같이 인식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