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朴 독대서 애로사항 말할 것" 문자메시지 공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진행되는 2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의 개별 면담 당시 LG그룹이 그룹 현안을 사전에 정리해 청와대에 전달한 문자 메시지가 공개됐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42차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LG 그룹 수뇌부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비서 양모 전무는 2014년 9월 16일 안 전 수석에게 '내일 오후 2시30분까지 회장님이 BH(청와대)에 도착하도록 준비하겠다. 창조경제 활성화, 사업 애로사항, 해외순방, 동반성장, 중앙/지방자치규제 준비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또 하현회 LG (77,900원 ▼1,200 -1.52%) 사장도 2015년 7월25일 안 전 수석에게 '오늘 저희 회장께서 말씀드릴 내용은 창조경제 활성화와 내수진작을 위한 LG의 계획 투자 고용확대 특히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한 방안, 신재생에너지산업과 전기차 산업 및 소프트웨어 육성을 위한 계획, 한국기업의 사업구조를 B2B 사업으로 전환 필요성, 제주프로젝트 한전 조기 참여, 그리고 건의사항에 대해 말씀드릴 것'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특검팀은 이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삼성도 LG와 마찬가지로 사업 애로사항을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전에 청와대에 전달했을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특검팀이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건훈 전 청와대 행정관을 상대로 '(안 전 수석이) 대통령 독대 대상 기업들의 애로사항이나 기업 현안을 파악해서 정리해 보고하라고 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김 전 행정관은 "기업 현안에 대해서는 조용히 조사해보라는 취지로 말한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과 마련한 독대는 개별기업의 사업상 어려움을 들을 목적도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목적도 어쨌든 국가 전체적으로 대기업들이 경제 활성화나 경제를 이끌어갈 부분에 큰 역할을 하고 있어서 그런 사업 애로사항을 들을 취지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일반론적인 관점에서 다른 대기업과의 독대에서 대통령이 사업현안을 말했기 때문에 삼성도 마찬가지로 현안을 말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삼성은 현안자료를 청와대에 보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대통령 말씀 참고자료를 작성한 청와대 행정관도 삼성이 자료를 보내주지 않아 인터넷 기사 등을 참고해 자료를 만들었다고 진술했다"며 "청와대의 현안 파악은 삼성뿐 아니라 모든 기업에 적용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김 전 행정관의 증언이 대통령이 독대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를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며 "김 전 행정관이 메모한 다른 기업과의 독대 일정 자료는 물음표가 등장하는 등 부정확하게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에서도 한류 확산과 문화융성,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 등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언급하자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에 신경쓰겠다는 답을 이 부회장이 한 것뿐"이라며 "이외에 재단 출연이나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행정관은 안 전 수석을 보좌하며 '안종범 수첩'을 보관했던 인사다.

변호인단은 이날 공개된 문자메시지에 대해 동의하지 않은 증거라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특검팀이 재판부의 사후 허가를 얻어 김 전 행정관 신문에서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