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100대 과제 발표에 교육계 '멘붕'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때문에 교육계가 또 한 번 혼란에 빠졌다. 공약집에 나와있던 구체적인 시행 계획이 빠지면서 정책이 표류하는 것은 아닌지 해석이 분분하다. 대입전형 간소화를 위해 논술·특기자전형을 없애겠다는 계획은 시행 시기가 모호하게 표현됐고 블라인드 면접, 자율형사립고 폐지 역시 논란의 핵심인 방법론이 빠졌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9일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대입전형 간소화에 대한 내용이 모호하게 표현,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교육 분야 국정과제를 보면 '복잡한 대입전형 단순화 추진·적용(2018년~)'으로만 명시됐다. 여기서 말하는 2018년이 내년도 입시를 의미하는 것인지를 두고 전날 논란이 일었다.

교육부 등의 확인 결과 현재 고1이 입시를 치르는 2020학년도 대입까지는 논술·특기자전형이 살아남게 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오는 8월 발표하는 대입전형기본사항에 논술·특기자 전형 폐지에 관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대입 3년 예고제에 따라 대교협은 당해년도 고 1이 3년 후 치르는 대입전형에 대한 기본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올해는 2020학년도 입시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는데, 이미 대략적인 논의는 끝난 상황이므로 새 정부의 방침을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고1 논술 폐지설'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지난 4월 한 언론이 질의한 공약 답변서에서 "2020학년도(현 고1 해당) 대학 입시부터 논술과 특기자전형을 폐지하겠다"고 답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뒤이어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같은 질의했을 때는 캠프 측에서 시기 부분을 삭제했다.

논술전형을 대비하던 학생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서울 고교에서 논술 수업을 하는 한 교사는 "흔히 내신이 낮은 학생들이 뒤늦게 논술을 준비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고교생들은 내신이 높든 낮든 불안감에 1학년부터 모든 수시 전형을 준비한다"며 "꽤 많은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논술학원을 찾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학생들에게는 불안할 요소가 하나 줄었다"고 안도했다.

이밖에 다른 정책들은 문 대통령의 후보시절보다 방법론이 퇴보하면서 논란이 분분하다. 자사고·국제고·외고 일반고 전환을 포함하는 고교 체제 개선 방안은 누리과정 국고지원, 무상교육 등 다른 정책과 달리 시행 시기를 명시하지 않았다. 일괄 폐지인지, 선택적으로 폐지할 것인지에 대한 방침도 없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이번 국정기획위 관계자로부터 보고서에 자립형사립고로 시작했던 9개 자사고는 폐지 대상에서 빠진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부분이 빠졌다"며 "이렇게 아무런 방법도 제시하지 않으면 학생들만 혼란"이라고 말했다.

대입 블라인드 면접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도 지칭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블라인드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출신 고교만 표시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만 정해졌을뿐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대에서 입학사정관을 역임했던 한 교수는 "자기소개서에서는 학교 이름이 특정되지 않더라도 학교의 특성을 알만한 구절들이 다수 포함된다"며 "블라인드 면접의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입학처에서는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컨설팅 업체 이사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자소서를 사교육 유발 요인으로 보고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며 "자소서 없이 현행 학교생활기록부만으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