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ECB총재, "올가을 양적완화(QE) 미래 논의...인플레 아직 낮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AFPBBNews=뉴스1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0일(현지시간) 올해말 종료될 예정인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의 미래를 올해 가을쯤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QE 축소에 대한 신호를 주기 보다는 신중한 모습을 견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틀간의 통화정책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25명으로 구성된 정책위원회가 아직 QE 프로그램의 미래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CB는 앞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현행 0.00% 기준금리, 0.25% 한계대출금리, -0.40% 예금금리를 동결키로 결정했다.

드라기 총재는 "우리는 만장일치로 QE프로그램의 미래 변화를 논의할 시기에 대한 정확한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며 "다시 말해, 우리의 논의는 가을에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CB의 통화정책회의는 오는 9월초와 10월말에 열릴 예정이다.


ECB는 성명서에서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채권매입프로그램을 확대할 준비가 돼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드라기 총재는 ECB의 결정 전에 투자자들이 조달금리 인상을 촉발할 수 있는 채권매입프로그램의 빠른 축소를 추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기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ECB 정책위원회가 언제, 어떤 속도로 부양정책을 축소할지에 접근할 때 매우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유로존 경제는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더욱 견조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1분기 미국을 추월한 데 이어 2분기에는 3%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률은 하락하고 있고, 소비자와 기업 심리지표들도 수년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ECB가 2014년 중반 이후 시행중인 통화부양정책의 축소를 결정하기 전에 고심해야할 이유들도 존재한다.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최근 몇 달간 소폭 둔화됐다. 6월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연율 1.3%로 올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ECB의 정책목표인 2%에도 한참 모자란 수치다. 또한 ECB의 경제학자들은 채권매입프로그램이 예정대로 올해 12월 종료된다면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2018년, 2019년에도 목표치인 2%까지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 역시 “경제회복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낮은 상태인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ECB는 매달 600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이 채권매입프로그램은 올해말까지 시행될 계획이다. 대다수 시장전문가들은 ECB가 내년 1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말 포르투갈에서 열린 ECB 컨퍼런스에서 유로존의 강한 경제지표를 고려하면 ECB가 경제에 대한 동일한 수준의 부양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소폭 긴축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발언을 ECB가 QE정책에 대한 점진적인 축소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