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가 가른 '프랑크푸르트와 런던'의 엇갈린 운명

독일 헤센주 프랑크푸르트 마인강변에 위치한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AFPBBNews=뉴스1

독일 헤센주(州) 마인강변의 상업도시 프랑크푸르트가 최근 분주해졌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글로벌 금융사들의 ‘런던 엑소더스’ 행렬이 프랑크푸르트를 향했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는 런던을 제치고 유럽을 대표하는 금융 중심지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도이체은행의 존 크라이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영국에 위치한 글로벌 사업 대부분을 올가을부터 프랑크푸르트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은행이 런던사무소를 통해 진행하는 글로벌 사업은 수천억 유로 규모다. 단일 지점으로는 유럽에서 가장 크다.

도이체은행의 런던 지점은 폐쇄되지는 않지만, 서비스 지역이 영국 내로 제한된다. 현재 런던에서 일하는 직원들 상당수도 내년부터 신설되는 프랑크푸르트 사무소로 옮기게 된다.

영국 출신인 크라이언 CEO는 “브렉시트 협상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우리 자신과 고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사업이전 계획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6월 7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전 북쪽에 위치한 '엘리자베스 타워'(빅벤) 앞에서 영국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세계적 금융허브 런던을 떠나는 금융사들이 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시티그룹은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법인 거점을 런던에서 다른 유럽 도시들로 분산시킬 예정이다. 가장 중요한 주식거래 업무가 프랑크푸르트로 옮겨지고 나머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파리, 아일랜드 더블린 등으로 나눠진다.

짐 콜스 시티그룹 EMEA법인 대표는 “프랑크푸르트는 전문 인력 등 금융 인프라가 풍부해 (이전을 위한) 최우선 선택지”라며 “다만 런던사무소는 여전히 글로벌 허브로 남을 것이며, 이전하는 직원도 전체 6000명 가운데 150명 정도로 미미하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모건스탠리도 EU사업 총괄법인을 프랑크푸르트에 설립하기로 결정했으며 JP모건, 골드만삭스, 노무라그룹, 스탠다드차터드 등이 이미 프랑크푸르트 이전 계획을 밝혔다.

FT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유럽의 여러 도시가 런던이 가진 금융권 일자리와 세금수입을 가져오기 위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며 “프랑크푸르트가 경쟁자인 더블린이나 파리, 룩셈부르크 등에 앞서있다”고 전했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금융수도로 유럽 최대 규모의 증권거래소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위치한다. 금융 인프라 수준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독일 정부도 글로벌 금융사 유치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랑크푸르트는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돼 있고 영어가 가능한 고급 인력도 풍부하다”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핵심 금융기관은 ECB가 위치한다는 점도 금융사에는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