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증세론' 여당도 야당도 내부 온도차

머니투데이

김태은 안재용 기자

문재인정부가 증세에 시동을 건 뒤 정치권은 꽤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여당이라고 다 증세에 찬성인 건 아니다. 국민에게 충분히 동의를 구하지 않은 논의는 부적절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권도 의견통일이 안 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무리한 공약을 세금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며 정면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권에도 더이상 증세 논의를 외면만 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있다.

지난 20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과표구간 신설 즉 부자증세를 제안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1일에도 증세 공론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원사격했다.

충북 청주 비 피해지역을 방문한 추 대표는 "확대재정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세수 기반 확보가 필요하다"며 "간접세 증세시 민생 피해가 있기 때문에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등 여유 있는 계층이 고통분담 측면에서 세금을 좀 더 내달라"고 호소했다. 우 원내대표는 "기업으로 일방적으로 쏠리고 있는 소득을 비정규직들에게도 주고, 중소자영업자들을 보호하는 데에도 쓰고 국민의 생명과 삶을 지키는 부분에도 더 쓰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은 “정부가 돈을 쉽게 걷기 위해 세금이란 유혹을 벗어나기가 어렵지만 이는 국민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자칫 국정 리더십에 타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지율이 높으니 증세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야권 내부도 엇갈린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과 여당이 100대 국정과제에선 증세 대목을 뺀 직후 증세를 들고 나온 것이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과제가 재원계획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되는 것을 반증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느닷없는 증세론이라면서도 증세검토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바른정당도 지난 대선 당시 법인세 인상은 물론 전반적인 증세 필요성을 일관되게 주장한 바 있다.

이현재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에서 100대 과제를 위한 소요예산이 178조원이고, 증세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불과 하루 만에 증세 없이 달성할 수 없는 날림 공약임을 스스로 자임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의 핵심 쟁점 사항인 공무원 증원을 증세의 배경으로 꼽았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무원을 추가로 뽑으면 인건비만 30년 동안 327조원,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530조원이 든다"며 "문재인정부의 공약은 증세 없이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재원에 대한 계획 세워놓지 않고 있다가 느닷없이 증세를 들고 나왔다”며 “준비된 정부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제안이 “현실을 반영한 주장”이라며 전제하면서도 "국민의 동의를 받아서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찬열 비상대책위원은 "재정투자를 줄이고 세입을 늘려 재원을 마련한다는 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우려된다"며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표를 걱정한다고 증세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언제까지나 갈 수는 없다'고 했는데, 정말 소신 있는 장관"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법인세 등 '부자 증세'를 하지 않고는 예산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부자 증세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미 박근혜정부 때 '증세없는 복지'의 허구성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만큼 책임있는 자세로 이를 논의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재원으로 세수 자연증가분으로 60조5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것은 비 오기만 기다리며 농사를 짓겠다는 것처럼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