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컨베이너벨트 담합 4개사 '덜미'…공정위, 과징금 378억원 부과

공정위 세종청사 전경

다양한 산업 분야의 생산설비에 사용되는 컨베이너벨트의 제조업체들이 최장 14년간 담합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장 14년간 담합을 통해 화력발전소, 제철회사 등과 같은 대규모 구매처를 상대로 담합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겨온 4개 컨베이너벨트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78억원을 부과하고 이들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담합에 가담한 업체는 동일고무벨트 (7,950원 ▼380 -4.56%)(이하 동일), 티알벨트랙(이하 티알), 화승엑스윌(이하 화승), 콘티테크파워트랜스미션코리아(이하 콘티) 등 4개사다. 이들 4개사의 시장점유율은 발주처 직접 공급시장 99%, 대리점 판매 시장 80% 등에 달한다.

공정위에 적발된 사건은 제철회사용, 화력발전소용, 시멘트회사용 입찰담합 등 수요처 구매입찰 과련 8건, 대리점 판매용 가격 담합 1건 등 총 9건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동일, 티알, 화승은 2000년경부터 2012년까지 포스코가 발주한 컨베이어벨트 연간단가 입찰에서 약 100여 개의 품목에 대해 품목별 낙찰예정사와 투찰가격 등에 대해 사전에 합의하고 입찰과정에서 합의를 실행했다.


이로인해 포스코가 실시한 입찰은 품목별 최저가 낙찰 방식임에도 12년 동안 품목별 낙찰사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 품목별 단가도 연평균 8% 수준으로 인상됐다.

동일, 티알, 화승은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포스코건설, 포스코플랜텍,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 4개 발주처가 발주한 제철회사용 컨베이어벨트 구매 입찰에서 담합을 했다.

이를 통해 발주처가 8년 동안 실시한 35건의 입찰을 이들 3개 사업자가 모두 나눠 낙찰 받았다. 낙찰받은 업체는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한 업체들에게 협조의 대가로 외주를 주거나 가상의 상품매출을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이익을 나눠줬다.

동일, 티알, 화승, 콘티 등 4개사는 당진화력발전소, 보령화력발전소 등 10개 화력발전소가 발주한 컨베이어벨트 입찰에서도 담합을 했다. 담합의 결과 14년 동안 진행된 총 163건의 입찰을 4개 사업자가 나눠 가져갔다.

동일과 티알은 2012년부터 2013까지 미러스가 발주한 동양시멘트용 컨베이어벨트 연간단가 입찰과 한라시멘트가 발주한 한라시멘트용 컨베이어벨트 연간단가 입찰에서 담합을 통해 일감을 나눠가졌다. 이들 2개사는 고려아연, 부국산업이 발주한 입찰에서도 사전에 가격과 낙찰자 등을 합의했다.

대리점 판매용 컨베이너벨트 가격을 담합한 혐의도 적발됐다. 동일, 티알, 콘티는 2004년 3월경부터 2013년 4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대리점에 판매하는 컨베이어벨트 가격의 인상시기, 인상률에 대해 합의하고 실행했다.

담합이 진행되는 동안 1년에 1 ~ 2회씩 매번 평균 7.2~20% 수준으로 컨베이어벨트 판매가격이 인상됐다. 대리점 판매의 경우 수요자들의 대다수가 일반 중소기업이었다.

공정위는 4개 컨베이너벨트 사업자들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담합을 함으로써 컨베이어벨트를 직접 구매했던 대형 발주처와 대리점을 통해 컨베이어벨트를 구매했던 중소 제조업자들에게 제조 원가 상승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또 간접적으로는 대형 발주처 및 중소 제조업자들의 제조원가 상승이 최종 제품 및 서비스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도 피해를 본 셈이라는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컨베이어벨트는 많은 산업 분야의 생산설비에 사용되는 만큼 이번 조치로 컨베이너벨트 분야의 경쟁이 활성화돼 관련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