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폭우로 1명 사망, 도로 잠기고 전기 끊겨

23일 오전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이다. /사진제공=뉴스1

23일 폭우(暴雨)로 수도권 지역 곳곳에서 침수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충북 지역의 수해 발생 1주일 만에 수도권에 '물폭탄'이 떨어진 셈이다.

기상청은 전날 경기 북부, 강원 중북부에만 호우 예비특보를 발표했다가 이를 뒤늦게 확대했다. 장마 전선이 좀 더 내려올 것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이날 기상청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오전 9시쯤 서울·인천·경기와 일부 강원영서 지역에서 돌풍·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 이상의 비가 내려 호우 특보가 발령됐다.

낮 12시 기준으로 주요 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경기 고양시 주교동 155.5mm, 의왕시 134.5mm, 서울 133.5mm, 경기 시흥시 신현동 129.0mm, 경기 군포시 수리산길 121.0mm, 경기 파주시 금촌동 107.5mm, 양주시 장흥면 107.0mm 등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오늘처럼 국지적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 하천이나 계곡물이 갑자기 불어나거나 산사태, 축대 붕괴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폭우는 사망 사고로까지 이어졌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주택 지하에서 A씨(95)가 물에 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도로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서대문구 증산지하차도와 강서구 개화지하차도가 통제됐다. 서울과 경기 파주시 사이의 제2자유로, 인천과 경기 김포시를 잇는 제2외곽순환도로 등도 차량통행이 금지됐다.

인천 남동구에서는 도림동 사거리가 물에 잠겼다. 비가 그친 뒤 구청 관계자들이 하수구를 막은 진흙을 빼내는 등 복구 작업을 펼쳤다. 경기 포천시 이동면에서는 다리가 침수돼 글램핑장을 이용하던 야영객 60여 명이 약 1시간 동안 고립됐다. 인천의 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 현장에서는 근로자 1명이 약 2시간 동안 발이 묶였다. 지하철 경인선 일부 구간은 20분가량 운행을 멈췄다.

경기 남부 지역에서는 낙뢰로 전기가 끊겼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와 광명시, 안양시, 수원시 등에서 순간 정전이 잇따랐다. 특히 화성시 봉담지구에서는 1만여 세대가 일시적인 정전 피해를 봤다.

인천의 한 도로에서는 낙뢰를 맞은 전신주가 불에 타기도 했다. 호우특보는 낮부터 오후 2시40분까지 점차 해제됐다. 수도권 지역과 달리 남부 지역에서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특히 영남과 전남은 대부분 기온이 섭씨 35도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