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도 PB도, 새주주 모셔달라"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특명

지난 2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7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이광구 은행장(사진)이 상반기 실적리뷰 및 경영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우리은행

"지난해 민영화는 지분 4% 이상의 과점주주들을 모시는 일이었지만 남은 예금보호공사(예보) 지분 매각은 200만주 안팎, 500억원 정도의 투자만으로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 RM(기업대출 담당자)과 개인 PB(자산관리 전담직원)들도 함께 주주를 모셔주십시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 2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임직원 1700여명을 향해 '새 주주 모시기'를 당부했다. 상반기 순이익 1조원 돌파, 사상 최고 수준의 주가 등으로 잔여지분 매각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만큼 정부의 매각 논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예보는 지난해 말 우리은행 지분 29.7%를 7개 과점주주에 매각했으며 최근 주가 상승으로 콜옵션(우선매수권)이 행사돼 잔여지분은 18.78%로 낮아졌다. 여기에 우리사주합의 콜옵션 잔여분까지 고려하면 매각 대상 지분은 18.4%다. 하지만 여전히 예보가 최대주주인 탓에 진정한 민영화로 보긴 여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도 하반기 잔여지분 매각을 논의 중이다. 최종구 신임 금융위원장이 최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지분매각에 대해 "빠른 시일안에 결론내겠다"고 밝힌데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한 환경도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우리은행은 장중 1만9250원까지 상승, 작년 말(종가 1만2750원) 대비 51% 상승했다.

특히 지분매각 방식은 작년 말에 비해 최소입찰물량 문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지난해 말 과점주주 매각 당시 최소입찰물량은 지분 4%로, 발행주식 6억7600만주를 고려하면 2704만주, 주가를 1만2000원으로 계산하면 약 3000억원이 필요했다. 사실상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아니면 접근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블록세일 또는 일괄매각 방식의 잔여지분 매각은 어렵다. 현 과점주주보다 더 지분이 많은 새로운 주주의 진입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존 주주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2014년 소수지분 매각 방식의 재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최소입찰 문턱은 0.4%(약 250만주). 주가를 2만원으로 올려잡아도 500억원 정도면 응찰할 수 있다. 이 행장이 RM과 PB를 포함한 전직원에게 '새 주주 찾기'를 주문한 이유다.

잔여지분 매각을 논의할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는 정기적으로 시장의 수요를 확인 중이다. 24일 공자위가 예정돼 있지만 최 위원장의 업무가 안정화되는 내달 이후 잔여지분 매각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편 이 행장은 경영전략회의에서 "반기만에 순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수익성과 성장성·건전성 면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은행으로 변모했다"고 자평하며, 우수 직원 5명에 대한 특별승진을 실시했다.

이와 함께 이 행장은 하반기 주요 경영 전략으로 △우량고객 확보 및 우량자산 증대 △저비용성예금 증대 △비이자이익 확대 △글로벌 양적·질적 성장 △제휴·뭉텅이영업 활성화 △위비플랫폼 활성화 △뒷문잠그기 업그레이드 △직원역량 강화 등 8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