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만 400시간…숫자로 본 '세기의 재판'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뇌물, 횡령 재판에서는 집중된 관심만큼이나 기록적인 장면들이 다수 연출됐다.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담당 재판부만 두 차례 바뀌는 등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당초 이 사건은 형사합의 21부(부장판사 조의연)에 배당됐었지만 조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는 이유로 재배당이 이뤄졌다. 이후 형사합의 33부(부장판사 이영훈)에 배당돼 첫 공판준비기일도 진행했지만 이후 이 부장판사가 최순실씨의 후견으로 활동한 인물의 사위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다시 사건이 재배당됐다. 현재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공판은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에서 담당하고 있다.

쟁점의 개요에 대한 특검 측과 변호인 측의 입장정리와 추후 재판 진행방식을 논의하는 공판준비기일은 3월 한 달 간 세 차례 열렸다. 본편의 예고편에서부터 치열한 기싸움을 벌인 셈인데 첫 공판준비기일, 대법정에 마련된 150석이 대부분 찰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양측은 향후 다룰 서증만 2만여 쪽에 달한다고 밝혔다.

4월7일, 피고인 전원이 출석하는 1회차 공판기일을 시작으로 지난 21일까지 3개월 여 동안 총 43회차 공판이 마무리됐다.

공판준비기일과 공판기일에 할애된 시간(시종시간 기준)만 약 402시간 45분. 증언대에 선 증인 수는 57명이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구속 시한이 만료되는 8월27일 이전에 1심 선고를 내릴 것을 예고했고 촉박한 일정 탓에 주 3~4회씩 마라톤 재판을 이어가는 중이다.

연속으로 최장시간 재판을 진행한 때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증언대에 선 5월31일. 오전 10시에 시작해 이튿날 새벽 2시10분에서야 재판이 끝났다. 16시간이 넘는 재판이었다. 박 전 전무는 정유라씨가 어린시절부터 말타는 것을 돌봐준데다 최순실씨와 삼성전자(전 대한승마협회 회장사) 사이를 오가며 승마지원 협상을 이어간 주요 인물로서 삼성 승마지원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키맨으로 여겨졌다.

이틀에 걸쳐 신문을 받은 이도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7월4~5일까지 이틀에 나눠 증언대에 섰다. 안 전 수석은 특검 측이 이 부회장 등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증거로 여긴 이른바 '안종범 수첩'을 직접 작성한 인물로 재판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관심도도 높았다.

지난 4일,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재판이 열린 서울 중앙지방법원 소법정 510호는 발 디딜 틈 없어 실내 사우나를 방불케 했다.

재판은 이제 종반부에 가까워지고 있다. 오는 26일 거물급 증인이라 할 수 있는 최씨가 증언대에 설 예정이다. 다음달 4일 검찰의 구형이 이뤄지는 결심공판을 거쳐 8월 중·하순쯤 1심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