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기업에 "우리 기업 인수 손 떼"…美당국, 中 기업인수 시도 제동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

"우리 기업에 손 떼시오.(Hands Off Our Companies)"


미국이 대북 제재와 관련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 회사를 인수하려는 중국 기업에 이 같은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월스트리저널(WSJ)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최근 미국회사를 인수하려는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쓴맛을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최근 5건의 대규모 인수전에서 중국 기업들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신문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승인 시한을 넘긴 앤트파이낸셜의 머니그램 인수 건에 대해 상당한 장애물이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파이낸셜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자회사로, 미국의 송금업체인 머니그램을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


CFIUS측의 의견에 따라 앤트파이낸셜은 신청서를 다시 작성하고,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직접 미 상무부 모임에 참석하는 등 머니그램 인수에 총력을 가하고 있지만, 미국 심사위는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이 미국 국민의 개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업체를 인수하게 될 경우 '사이버 공격'의 위협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은 북한 사이버 공격을 방조하는 통신 기업을 제재하는 법을 통화시켰다. 이 역시 중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 해커가 활동하는 주 무대가 랴오닝성 선양 등 중국이라는 점에서 미국은 중국 기업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의회와 정부 인사들도 중국의 일부 기업이 미국 기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과 관련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이날 미 의회 산하 '중국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의원은 뉴욕포스트에 "앤트파이낸셜의 머니그램 인수를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며 기고를 통해 주장했다. 그는 "머니그램은 중국 정부에 미국 금융시장 정보는 물론 미국 국민의 금융거래 정보에 대한 엄청난 접근경로를 열어주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경제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인 팻 로버츠 농업위원회 위원장과 제리 모란 상원 의원도 지난 5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기업의 머니그램 인수가 미국의 금융 기반시설을 훼손할 수 있다면서 반대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머니그램 인수전 외에도 최소 4건의 중국의 미국 기업 인수전이 늦춰지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인해 인수 신청서를 다시 작성하는 등의 고초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정된 신청서가 심사위에 의해 재검토되는 데만 2개월 반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와이파이 핫스팟 비즈니스를 인수하기 위해 신청서를 냈던 한 중국기업은 3번의 재심사를 통했지만 결국 인수전에 실패했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경계감을 강화하는 것과 관련해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압박이 그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미국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중국 업체 일부는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하려는 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