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기 출구전략…"이별 아닌 이별을 원해"(1)

/ 자료=글로벌모니터

위 그래프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했던 20일 하루 동안의 유로화 환율 흐름을 보여줍니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입니다.


전 세계의 관심은 ECB가 과연 언제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를 결정하느냐에 모아져 있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약간의 신호를 준 뒤 9월에는 행동에 나설 것으로 대개들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드라기 총재는 굉장히 조심스러웠습니다. ECB가 돈 푸는 수도꼭지를 잠그는 게 기정사실화 한다면 시장금리와 유로화 가치가 대폭 뛰어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난달 드라기 총재가 '약간'의 힌트를 준 뒤에도 비슷한 반응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드라기 총재는 이번 회견에서는 금융시장의 기대감을 낮추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부양축소를 논의하지 않았다. 언제 논의할 것인지 구체적인 날짜를 잡지도 않았다. 단지 가을에 논의하기로 했을 뿐"이라고 스케줄을 흐렸습니다.

하지만 이 말이 결국 유로화 급등세를 자극하는 방아쇠 역할을 했습니다. 달러에 대한 유로화 가치는 지난 2015년 초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습니다.


정작 부양을 줄이기도 전에 이렇게 되어 버리면 부양을 줄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통화가치가 상승하고 금리가 뛰어 금융환경이 대폭 긴축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당에 실제 긴축에 돌입하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2013년에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테이퍼 발작'이라고 이름 붙여졌죠. 지난 2015년 말부터 시작된 금리인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달러가 미리 급등하는 바람에 금리인상 개시가 미뤄졌습니다. 1년에 네 차례씩으로 잡았던 금리인상 속도 역시 한동안에는 1년에 한 차례씩으로 대폭 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고도 부양정책을 그렇게 제대로 제때 거둬들이지 못한다면 나중에 경기 사이클이 다시 침체로 돌아설 때 대응할 수단이 없어집니다. 금리를 충분히 올려야 다시 충분히 내릴 수 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중앙은행들은 지금 초고도 완화정책과 이별 아닌 이별을 하려고 합니다. 부양책을 줄여가되 금융환경은 긴축되지 않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말이죠.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은 이를 두고 "페인트 마르듯이 조용히" 진행되기를 희망하고 목표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