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실적' 축포 쐈지만…'내홍' 깊어진 은행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은행권이 올 상반기 시장금리 상승과 대출 확대로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냈지만 노사간 내홍을 겪으며 긴장하고 있다.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노조는 '노조 선거 개입'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IRP(개인형 퇴직연금)의 가입대상 확대를 앞두고도 노사간 실적 압박 갈등도 불거졌다.

KB국민은행 최대 노조인 금융노조 KB국민은행 지부는 24일 "사측이 노조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선거에 당선됐지만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선거규칙 위배'를 이유로 당선 무효를 통지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진 재선거에 거듭 출마했으나 선관위에 의해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법원이 자격 박탈 처분 취소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과반 지지를 얻어 다시 위원장에 당선됐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이 과정에서 사측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노조는 "경영그룹지원장, 인사(HR) 담당 본부장, 전국 지점장 등을 동원해 직원들에게 경쟁 후보 지지를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KEB하나은행 노조도 지난 13일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했다. 지난해 9월 옛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의 노조 통합 여부를 결정하는 선거 과정에서 "사측이 투표에 개입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옛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은 지난 5월 '가정의 날 보로금' 등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경영진을 서울지방노동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오는 26일 IRP 가입대상이 확대되면서 은행간 과당경쟁 우려에 따른 노사 갈등도 첨예한 상황이다. 금융노조는 과거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와 청년희망펀드, 재형저축 등 은행간 경쟁이 치열했던 상품들처럼 IRP 역시 은행원들을 실적 압박으로 내몰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자체 실태조사 결과 다수 시중은행들이 이미 'IRP 사전예약'을 빌미로 은행원들에게 실적을 할당하는 등 영업 압박이 심화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도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지난 21일 각 은행의 감사 실무자들을 불러모아 불법 행위 자제를 주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은행권이 올 상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내년 직원 성과급에 대한 경영진의 고민이 일찌감치 시작됐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작년 경영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올 1분기에 적게는 월 급여의 100%, 많게는 200% 수준의 현금 또는 주식 형태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하지만 올해는 시중은행 4곳이 상반기에만 순이익이 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거둔 만큼 성과급 규모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노사담당 실무자는 "새 정부 들어 노동자 권익 확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은행권 노조들도 '노동부 진정' 카드를 단순히 사측 압박 수단이 아닌 실행에 옮기는 등 갈등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부당노동행위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겠지만 은행권 실적에 대한 여론이 곱지만은 않은 만큼 대화를 통해 노사갈등을 매끄럽게 풀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