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체 "휴가전 집중교섭" 대화로 조기타결 이끌까

현대차 울산2공장 싼타페-투싼-아반떼 생산라인/사진제공=현대차

국내 완성차 업계 노사가 8월 초 하계 휴가를 앞두고 한주 동안 임금 협상 집중 교섭에 들어간다.

이 시기를 넘길 경우 자칫 올 연말, 또는 그 이상으로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어 노사 양쪽 모두 대화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그러면서도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뜨거운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 '파업'보단 '대화'로..조기 타결 가능성=현대차 노조는 올해 파업 찬반 투표를 가결시키고 파업권을 얻었지만, 여름휴가 전까지 '투쟁'에 나서는 대신 대화로 풀어가는 전략을 택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6일 22차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등 집중적으로 협상에 임할 예정이다. 휴가 이후인 다음달 6일에 쟁의대책위 회의를 다시 열고 향후 계획을 논의한다.

박유기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지난 20일 21차 교섭에서 "교섭 결렬 선언 이후 투쟁 없이 교섭을 재개한 기억이 없는데, 그 만큼 안팎의 상황을 고려 한 것"이라며 사측의 휴가 전 일괄 제시를 요구했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도 "결렬 이후 투쟁을 예상했지만 다시 대화를 시도한 것에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물리적으로 힘들겠지만 교섭을 원만히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최대한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여파로 현대·기아차가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올 상반기 판매량이 반토막 나는 등 경영 위기의 상황에서 파업에 나설 경우 여론 비난으로 투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노조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새 정부가 들어서며 '친노동' 정책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파업의 실질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속내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오는 9월 현대·기아차 노조 위원장 선거가 예정돼 있어 다음달 중순까지는 협상을 마무리해야 차기 일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계산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교섭 결과를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비슷한 시기·수준에서 합의해 온 기아차 (116,600원 ▲400 +0.34%) 노조도 일단 파업은 보류한 상태다.

◇한국GM "휴가 넘기면 끝없다" 합의 도출할까= 한국GM 노사도 협상 일정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날 오후 18차 교섭 일정이 당일에 잡히면서 휴가 전 합의점에 도달할 지가 관심사다.

사측은 지난 19일 16차 교섭에서 기존안보다 성과급 100만원을 추가 제시한 데 이어 21일 17차 교섭에서 8+8 주간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와 관련해 추가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는 임금 협상이 이뤄지는 해이지만 단체 협상 성격의 부분까지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미 파업권을 확보한 한국GM 노조는 오는 26일 '30만 일자리 지키기 인천지역 결의대회'를 예고한 상태다. 이런 와중에 교섭이 재개되면서 다시 합의점을 모색할 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 노사가 이번 주에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11월 중에나 협상이 재개돼 결국 그 시점에 가서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GM도 오는 9월 중 노조 대의원 선거를 진행될 예정이고 최근 사임한 제임스 김 사장의 후임자도 오는 9월 새로 취임할 예정이어서 그 전에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새 협상팀에서 교섭을 재개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외부적으로도 GM 본사가 유럽 브랜드 오펠(Opel)을 매각하면서 글로벌 사업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민감한 시기이기도 하다.

◇르노삼성-쌍용차, 올해도 무분규 협상 행진?= 한편 지난해까지 무분규 타결을 이어온 르노삼성과 쌍용차도 휴가를 앞두고 현재 한창 교섭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무분규 협상을 이끈 르노삼성 관계자는 "5차 교섭 까지 진행했으며 6차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며 "쟁점이 기본급 인상이나 일시금 보다는 생산량 조정이나 근무배치 탄력성 같은 근로조건 협의이다 보니 선명한 요구안이나 제시안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쌍용차 관계자도 "휴가를 앞두고 계속 교섭을 진행 중"이라며 "올해도 무분규 가능성은 있을 것을 본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분규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