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어닝서프'…대우조선의 희망고문

올 초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대우조선해양 (34,750원 ▲2,550 +7.92%)이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를 예고하면서 시장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수개월 전까지 현금이 부족해 법정관리(회생절차)를 신청할 위기에 몰렸던 회사가 약 3조원 공적자금을 지원받자마자 수천억원의 흑자를 내는 것이 가능한 것이냐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배경으로 회계 관리와 대손 충당금을 꼽는다.


24일 회사 측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올해 상반기 실적으로 최대 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1분기에 대우조선은 223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2분기 이익은 그 2~3배에 달해 상반기 이익합계가 8000억원 내외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 말 영업손실 1조5308억원과 순손실 2조7894억원 내고 올 초 정부에 구조 요청을 냈던 회사가 수개월 만에 턴어라운드한 것을 두고 적잖은 의문이 제기된다. 올 초 이 회사는 3조원의 추가 공적자금 지원을 두고 시장과 정치권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탄핵을 받은 대통령과 행정부가 기능을 멈춘 사이 금융위원회의 지원이 결정됐다.

어닝 서프라이즈가 사실이라면 올해 6월 약 3조원을 추가 지원(2016년 4조원, 합계 7조원) 받자마자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 측, 대규모 구조조정의 성과라 주장=회사 측은 일단 구조조정의 성과라는 주장이다. 대형 부실의 원흉인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부실 정리가 대부분 해결된 결과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이 올해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인도하기로 목표한 5기 중 4기가 상반기 내에 완료됐다. FPSO(저장식부유선)와 잭업리그, 드릴십, 고정식 원유생산 설비 각 1기씩이다. 나머지 드릴십 1척은 하반기인 10월까지 인도될 예정.

회사 관계자는 "올해 계획된 해양플랜트의 인도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불안요소로 알려진 지체보상금 리스크가 해소되고 있다"며 "각종 추가공사 협상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실적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은 올해가 지나면 해양플랜트 수주잔량이 총 7기로 준다. 드릴십 6척과 생산설비 1기 등이다. 특히 내년부터 인도될 드릴십 6척의 경우 대부분 80% 이상 공정이 진행돼 큰 돌발 변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설비 1기의 경우에도 상세설계와 대형장비 구매, 현지 설치공사 등은 선주 측의 책임하에 진행되고 있다. 대우조선은 모듈 제작만 담당하게 되는 AFC (Approved for Construction, 건조만 담당하는 실비정산 방식) 방식 계약을 맺어 부실 리스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에 계약가격 방식이 공사 물량 증가에 따라 연동 증액하는 구조로 이뤄져 기존 턴키공사에 비해 손실 위험이 적다.

하지만 회사 측의 설명과 별개로 '롤러 코스터'와 같은 실적을 두고 정성립 사장 등 현 경영진이 자신들에 유리한 대로 회계 관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 해양 플랜트 부실을 핑계로 대규모 순손실 2조7894억원 내고 공적자금을 타낸 다음 현재 경영진이 노력한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올해는 대규모 성과를 낸 것이라는 주장이다.

◇상반기 실적 개선, 대손충당금 환입 때문?=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해 2조7894억원의 손실액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조2000억원 가량이 대손충당금이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해양 플랜트와 관련해 인도 지연이나 추가공사 등과 관련한 대우조선 부담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그만큼을 예상 손실로 추정하고 일단 실적에 반영한 셈이다.

회사 측은 이런 회계처리가 감사법인의 보수적인 잣대에 의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전임 남상태 사장과 고재호 사장 당시에 대규모 부실이 양산되고 당시 회계감사를 맡았던 법인과 실무자들이 처벌을 받은 터라 신규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삼일PwC)이 다소 과한 기준을 설정해 충당금을 쌓게 했다는 것이다.

이런 처리에 따라 손실로 분류됐던 충당금은 관련 해양 플랜트 선박들이 올해 차례대로 선주들에 무리 없이 인도되면서 환입되고 있다. 부실로 처리했던 돈이 사고가 나지 않자 이익으로 변해 회사의 실적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회사 측은 상반기 대손충당금 환입액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쌓은 대손충당액이 1조2000억원이고 이미 인도된 관련 선박이 12기 중 4기라고 보면 산술적으로는 3000억원 안팎이 환입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여기에 회사 측 설명대로 올해 이후 남은 인도 예정 선박들은 부실 위험이 낮다는 걸 감안하면 올해 환입액은 지난해 충당액의 절반인 6000억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상반기 8000억원의 이익에서 대손충당 환입액을 제외하면 이 회사의 깜짝실적은 본원 경쟁력의 상승이라기보다는 이른바 '회계 놀음'으로 지적될 가능성도 있다. 조선 관계자들은 대우조선의 상반기 수주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는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상반기에 대우조선이 수주실적이 없고 7월 들어 안젤리쿠시스로부터 유조선 4척을 수주한 게 전부인데 그것도 계약금액이 낮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상반기 이익은 경쟁력이 증가한 게 아니라 대규모 감원으로 비용을 줄이고 자회사를 팔아 단기 차익을 높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까지는 (실적 관련) 눈속임이 가능하지만 2016년 수주절벽 결과가 현실화되는 내년 말엔 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