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최대 장난감 회사 사장 "6살까지 무조건 놀게"

독일 최대 장난감 회사 하바사의 경영진이 놀이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미카엘 호프 하바 판매·마케팅 사장(오른쪽)과 마쿠스 니키쉬 하바 개발팀장. 테이블에는 하바의 대표 유아용 게임 '옵스트가르텐'(과수원)이 펼쳐져 있다. /사진=박종진 기자

모두 이기거나, 모두 지거나. 독특한 게임이다. 게임은 곧 '상대 플레이어를 이기는 것'이란 상식과 다르다. 독일 최대 장난감 기업 HABA(하바)사의 유아용(3살 이상 이용가) 대표 보드게임 '옵스트가르텐'(과수원) 얘기다.

옵스트가르텐은 주사위를 던져 나온 색깔대로 게임판 위에 놓인 4가지 다른 색깔의 과일 40개을 수확하는 방식이다. 바구니 그림이 나오면 아무 과일이나 2개를 가져올 수 있다. 대신 까마귀 모양이 나올 때마다 9조각으로 된 까마귀 퍼즐이 한 조각씩 맞춰진다. 퍼즐이 완성되기 전 과일을 모두 수확하면 승리한다.


함께 이기거나 까마귀한테 모두 지거나 둘 중 하나다. 마쿠스 니키쉬 하바 개발팀장은 "과일들을 만지고 세우고 숫자를 세면서 감각을 익힐 뿐만 아니라 토론하며 협동력을 키우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수학적으로 승률은 60%다. 10번에 4번은 지는 법도 배우는 셈이다. 이 게임은 30년간 인기를 끌어온 독일 대표 유아용 게임이다. 20개 언어로 번역해 수출도 한다. 누적 판매량은 800만개를 넘어섰다.

하바사는 이처럼 경쟁보다는 팀 플레이를 길러주고 정답에 갇히는 게 아니라 자유로운 상상력을 키워주는 방향을 강조했다.


특히 창의성이 생명인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잘 노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미카엘 호프 하바 판매·마케팅 사장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주위와 단절 시키고 혼자 그 안에 갇혀서 제한적이고 자극적인 경험만 하게 된다"며 "자연에 가까운 재료들을 만지며 느끼고 장난감으로 상상력을 키워 자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자기 스스로 세계를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 것을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을 멀리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호프 사장은 "각종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5~6살까지는 어떤 목적을 가진 놀이가 아닌 말 그대로 온전히 놀게 해야 한다"며 "자연 속에서 만지고 보고 냄새 맡고 듣는 이런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모든 사물의 특성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뇌가 발달하고 결국 그 이후에 창의성과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 주택가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독일 놀이터는 대부분 바닥에 모래가 깔렸고 놀이기구도 나무 등 천연재료를 활용해 단순하고 투박하지만 최대한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린게 특징이다. /사진=박종진 기자

부모들의 조급증이 자칫 아이의 발달을 막는다고도 지적했다. 호프 사장은 "뭔가를 자꾸 배우면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아이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며 "창조력은 판타지인데 판타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충분한 놀이를 통해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어린 자녀를 둔 한국의 부모들을 위해 조언을 부탁하자 "6살 이전에는 무조건 자유롭게 놀게 하라"고 말했다.

하바사는 1938년 세워졌으며 직원 수는 현재 약 2000명이다. 주로 나무 등 천연재료를 이용한 장난감을 만들며 대부분 독일에서 직접 제작한다. 연 매출 규모는 4억 유로(약 5200억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