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희소병 '찰리' 부모, 치료 포기···"시간이 흘러버렸다"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이라는 희소병에 걸린 영국 아기 찰리 가드의 부모가 결국 아기의 연명 치료 투쟁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사진=찰리스 파이트 홈페이지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이라는 희소병에 걸린 영국 아기 찰리 가드의 부모가 아기의 연명 치료 투쟁을 결국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4일 영국의 BBC방송 등에 따르면 찰리의 부모인 크리스 가드와 코니 예이츠가 변호사를 통해 아기를 미국으로 데려가 실험적 치료를 받도록 하기 위한 법적 투쟁을 끝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찰리 부모 측 변호사인 그랜트 암스트롱은 영국 법정에서 “11개월짜리 아기를 위한 시간이 이제 모두 흘러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아기에게 실험적 항종양 ‘뉴클레오시드 치료법’을 시도하려던 미국 의사가 치료하기엔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어 암스트롱은 찰리의 부모가 아기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들을 수 있도록(continues to be heard)” 도울 수 있는 재단을 설립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동안 찰리의 실험적 치료를 지원하는 크라우딩 펀딩에 130만 파운드(약 18억8800만원)가 모금됐다.

한편 지난해 8월 영국에서 태어난 찰리는 세계에서 단 16명만 앓고 있는 희소병 MDS 진단을 받았다.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뇌와 근육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희귀질환이다. 찰리는 청력을 상실한 데 이어 팔 다리를 움직일 힘을 잃고 눈도 뜨지 못했다. 이에 찰리의 치료를 맡은 런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병원은 부모에게 연명치료 중단을 제안했다.

그러나 찰리의 부모가 병원의 제안을 거절하자 병원은 찰리의 연명치료 중단을 허락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 프란치스 판사는 병원 측의 제안대로 현재 상태의 생명유지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유럽인권재판소 역시 찰리의 생명유지 장치 사용을 중단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영국은 물론 유럽과 미국에서까지 의료 윤리 논쟁이 뜨겁게 일었다. ‘생존권’과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며 수백 명의 시위대가 런던 버킹엄궁 밖에서 '찰리 가드를 살려라', '살인'이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