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커피 프랜차이즈들의 눈물, 왜?

강훈 망고식스 대표

국내 1세대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연달아 몰락하고 있다. 브랜드 차별화에 실패한데다 고질적인 프랜차이즈들의 문제점을 보여주면서 소비자 외면을 받았다. 대기업과의 자본력 싸움에서도 밀리면서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할리스커피', '카페베네' 등을 잇달아 성공시켰던 강훈 KH컴퍼니 대표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 대표는 회사 운영이 어려워져 금전적으로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지인에게 최근 KH컴퍼니와 KJ마케팅의 회생개시절차 신청을 두고 "많이 힘들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표는 1998년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와 토종 커피전문점인 '할리스커피'를 공동으로 창업하고, 2008년에는 카페베네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회사 성장을 이끌었던 인물로, '커피왕'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0년 KH컴퍼니를 세워 망고식스를 론칭하고 지난해에는 커피식스·쥬스식스를 운영하는 KJ마케팅을 인수했다.

◇국내 1세대 커피전문점 경영 악화 잇달아=KH컴퍼니와 KJ마케팅이 최근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한 것은 실적 악화 때문이다. 망고식스는 매장 수가 현저히 줄고 수익구조가 나빠지면서 2015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46% 줄어든 106억원, 영업적자는 11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카페베네는 지난해 실적 악화 때문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지난해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 558억원으로, 자본금(432억원)보다 커졌다. 이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48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817억원, 영업손실은 134억원을 기록했다.

카페베네보다 사정이 낫긴 하지만 탐앤탐스도 상황이 좋지 않다. 탐앤탐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4억원으로 46%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해 27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2007년 이후 9년만의 적자다. 할리스커피는 IMM PE로 주인이 바뀌면서 실적이 개선되긴 했지만 매각이 번번이 무산돼 여전히 M&A시장에 매물로 남아있는 처지다.

◇대형 매장·브랜드 차별화 실패·대기업과의 경쟁까지 '첩첩산중'=1세대 커피전문점들이 잇따라 어려움을 겪는 것은 대형 매장 위주의 출점, 브랜드 차별화 실패, 경쟁 과열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저성장 시대이지만 커피 전문점 경쟁은 오히려 과열되고 있다. 이에 최근 론칭한 대다수 커피전문점들은 소형 매장에 저가 정책을 쓰면서 불황형 매장을 표방하고 있다. 반면 카페베네와 망고식스, 탐앤탐스 등 1세대 커피전문점들은 모두 대형 매장에 프리미엄 콘셉트를 추구한다.

카페베네는 창업시 기본 면적이 132㎡(40평)이고 평균 창업비용은 2억6872만원이다. 망고식스는 기본 매장 면적이 165㎡(50평)로 카페베네보다 더 넓고 창업비용도 3억755만원으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면적이 넓을 수록 인테리어 비용 등이 높아져 손익분기점 달성도 어려워진다.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민낯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악화시켰다. 카페베네는 2010년 300호점을 연후 2년 후에 800호점을 돌파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에 가맹점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비싼 인테리어 비용으로 본사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공공의 적이 됐다. 신사업도 문제가 됐다. 카페베네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 베이커리 마인츠돔, 드러그스토어인 디셈버24 등을 열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망고식스도 기존 가맹점을 놔두고 업태가 중복되는 커피식스, 쥬스식스까지 열어 문제시됐다. 잇따른 영역 확장으로 기존 사업은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커피가 맛없다'는 이미지까지 덧입혀져 저가커피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원인이 됐다.

대기업과의 자본력 싸움에서도 열세였다. 스타벅스가 신세계그룹 후광효과를 바탕으로 대형 매장 위주로 공격적인 출점을 이어나가는 것과 대조된다. 엔제리너스커피(롯데)와 파스쿠찌(SPC), 투썸플레이스(CJ)도 모두 대기업 산하다. 사업이 잘 되지 않더라도 버틸 힘이 있다. 이들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다보니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푸념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커피는 대기업들이 모두 진출해 있기 때문에 개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성공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라며 "처음 인지도를 높이고 인기를 얻었더라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토종 프랜차이즈들이 힘이 달릴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