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은 깜짝실적, 삼성·현대는 빈 도크 "왜?"

사상 최악의 '수주절벽'이 휩쓸고 간 조선업계에 '승자의 저주'(경쟁을 극복했지만 오히려 손해가 큰 현상)가 나타난다. 조선불황을 자력으로 돌파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은 일감 감소로 도크를 닫은 데다 매출마저 급감할 전망이지만 대규모 정부 지원을 받은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 8000조원 규모의 영업이익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25일 삼성중공업 (8,760원 ▼300 -3.31%)에 따르면 거제조선소 플로팅 도크(부유식 도크) 1개는 다음 달부터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 지난달 말에는 드라이도크(육상 도크) 1개가 이미 가동 중단됐다.

삼성중공업은 드라이도크 3개와 플로팅 도크 4개, 해양플랜트 전용도크 1개 등 총 8개 도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25%가 가동을 멈춘 것이다.

올해 도크 가동중단은 삼성중공업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울산조선소 8개 도크(특수선 도크 제외) 중 1개를 가동 중단한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울산조선소 도크 1개를 추가 가동 중단했으며 이달 초에는 1개 도크로 구성된 군산조선소 운영도 멈췄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매출 실적도 급감할 전망이다. 조선·증권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상반기 현대중공업의 매출액은 9조~9조1000억원을 기
록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매출액이 29~30%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삼성중공업의 매출도 두자릿수 감소가 예상된다. 증권사들이 예상한 삼성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 평균 전망치(와이즈에프엔·24일 기준)는 4조467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7.5% 감소할 전망이다.

연쇄적 도크 가동중단과 매출 급감의 배경은 지난해 수주절벽이 올해 '일감 절벽'으로 본격 반영된 결과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올해 연말 수주잔고(건조 잔여물량)는 연초대비 절반가량 급감할 전망이다.

지난해 상반기 단 한 척의 수주실적도 올리지 못한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조선업계 최대 수주실적인 50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포함)의 올해 상반기 수주는 43억달러로 전년보다 168% 급증했다. 이처럼 신규 일감이 유입되고 있지만, 지난해 일감 공백을 메꾸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반면, 똑같이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데다 올해 상반기 수주도 7억7000만달러로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에 크게 못 미치는 대우조선은 올해 추가적 도크 가동중단이 없는 상태다.

대우조선은 올해 상반기 '어닝서프라이즈'마저 예고된 상태다. 조선·회계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올해 상반기 최대 8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지난해 말 영업손실 1조5308억원을 내고 올해 초 정부에 구조 요청을 냈던 회사가 수개월 만에 턴어라운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방만한 경영으로 파산문턱까지 내몰렸던 회사가 정부 지원을 통해 정공법으로 수주절벽을 넘긴 회사보다 형편이 나은 아이러니가 나타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 단위의 대손충당 환입액을 제외하면 대우조선의 상반기 어닝서프라이즈의 실체는 허상일 가능성도 있다"며 "대우조선의 신규수주와 수주잔고 현황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