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노조 회의실에 불법 도청 장치 설치 '발각'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LG화학노조원들이 최근 '노동조합 불법도청' 사건과 관련된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며 도청기 실물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LG화학이 노동조합 측 교섭위원 회의장소에 불법 도청 장치를 설치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화섬연맹) 소속 LG화학노동조합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일 LG화학 익산공장에서 노조가 사측과 7차 단체교섭을 진행하던 중 사측이 노동조합측 교섭위원 회의장소를 불법 도청한 사실이 발각됐다"고 밝혔다.

LG화학노조에 따르면 도청장치가 설치된 장소는 노조 교섭위원 총 11명이 모여 교섭 전술을 논의하던 휴게실 겸 회의실이었다. 노사 협상이 잠시 정회된 뒤 머문 곳이다. 이 장소는 회사가 제공했다. 당시 회의실 안에는 LG화학노조 간부와 상급단체인 화섬연맹 신환섭 위원장 등이 있었다.

도청 장치는 휴게실 벽면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도청용 마이크와 녹음기 각 한 대씩이다. LG화학노조는 이 장치는 케이블로 사측이 있던 옆방에 연결됐다고 주장했다.

신환섭 화섬연맹 위원장은 "우연히 (벽면) 뒤를 보니 이게(도청 장치) 있었다"며 "불이 켜져 있었고 무엇인지 고민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도청기였다"고 말했다.


이를 발견한 노조는 바로 사측에 항의했지만 사측은 발뺌했고 경찰을 부르자 그제서야 불법 도청 사실을 인정하고 소지하고 있던 녹음기 본체를 꺼내 놓았다고 설명했다.

LG화학노조는 "불법도청은 노동조합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회사의 빠른 정보력과 노무관리의 핵심이 불법도청을 이용한 노조사찰이었다는 사실에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장필상 LG화학노조 위원장은 "불법 도청은 노조를 지배하고 말살하려는 계획을 실행한 것"이라며 "대표이사는 이 사태에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운영원칙을 인간존중으로 삼고 있는 LG그룹 내 LG화학에서 노조 교섭위원 회의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며 "있을 수 없는 법 위반이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입장자료를 내고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LG화학을 응원하고 격려해준 분들, 그리고 많은 실망감을 느꼈을 노조원들께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며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자료에서 "LG화학은 이번 사건을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한 당사 노경 철학에도 부합하지 않는 충격적인 사안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 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측에서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사실 확인을 위해 자발적으로 제3자인 사법기관 등에 조사를 의뢰해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사실 관계가 밝혀지면 그 누구라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와 책임을 지도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