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 빠진 美·英…글로벌 성장동력 다변화

지난 19일 백악관에서 미 제조기업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메이드인어메리카'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펜치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지연되고 있다며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AFPBBNews=뉴스1

미국과 영국 경제가 주춤한 사이 유럽과 중국, 일본 등이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본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5%로 제시했다. 지난 4월 전망치에서 변동이 없었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3.6%로 유지됐다.


반면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기존 2.3%에서 2.1%로 낮아졌다. 내년 전망도 2.5%에서 2.1%로 하향 조정됐다. 미국의 경기 부진에도 세계 경제는 성장을 지속하는 셈이다.

미국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에 발목을 잡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세제 개혁과 인프라 투자 등의 경기부양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서 경제성장 전망이 악화됐다.

유럽에서는 영국만 유독 약세다. 올해 영국의 경제성장 전망을 2%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의 선전으로 유로존 경제 전망은 1.7%에서 1.9%로 오히려 올랐다. 아시아에서도 중국과 일본 경제는 예상보다 강한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 17일 중국 랴오닝(요녕)성 선양(심양)시에 위치한 화천(華晨)자동차 공장에서 신차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AFPBBNews=뉴스1

월스트리트저널은 "IMF가 미국과 영국의 고평가된 증시 조정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며 "미국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이 위험요인"이라고 전했다. FT는 "IMF가 미국의 경기 둔화에도 기존 세계 경제성장 전망을 유지한 것은 글로벌 성장 동력이 다변화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영국의 경기 둔화에도 세계 경제가 성장한 배경에는 무역 증가가 있다. IMF는 올해 상품과 서비스 교역이 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4월 당시 전망보다 0.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모리스 옵스펠드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 무역이 4% 성장한다면 트럼프 행정부 등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에도 무역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을 앞지르게 된다"며 "세계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장기적 관점에서 세계 경제 전망은 여전히 우울하다. 선진국의 가계소득 교착과 사회 불평등 확대 등도 위험요소로 지적된다.

옵스펠드는 "브라질, 러시아 같은 주요 신흥국들이 여전히 큰 도전에 직면해있다면서 라틴아메리카도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 둔화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글로벌개발센터'가 주최한 행사에서 "세계가 변하고 있다"며 "향후 10년 안에 IMF 본부가 중국 베이징(北京)에 위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IMF 등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줄어드는 반면 중국 등 신흥국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