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산은에 9조9000억원 지원 요청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현대상선 (14,950원 ▲40 +0.27%)이 향후 글로벌 8위 선사로 크려면 총 9조9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KDB산업은행에 제출했다.

25일 현대상선 등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해외 컨설팅 업체 AT커니의 보고서를 인용해 산업은행에 2022년까지 총 9조90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니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산업은행은 이 보고서를 검토중이다.

현대상선은 필요 자금 산출을 위해 AT커니에 보고서 용역을 의뢰했다. AT커니는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에 5조6000억원, 컨테이너박스 구입에 3조3000억원(박스 1개당 200만원), 해외터미널 인수에 1조원이 소요되는 등 총 9조9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산출했다.

해운업계는 정부가 글로벌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을 파산으로 내몬 채 현대상선에 10조원 가까운 금액을 지원하게 된다면 형평에 맞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해운 경영권 포기 여부가 설령 불투명했다 하더라도, 해운업이 수출의 동맥이자 국가 기간산업인만큼 정부가 과거 한진해운 지원부터 의지를 보였다면 7위 선사가 파산하고 이제 와서 15위 선사가 국민 세금 10조원을 지원해달라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때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은 해운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유동성 문제가 커졌다. 한진그룹이 1조2000억원 가량 유동성을 지원했으나, 그룹 차원에서도 지난해 자율협약 이후 더 이상 유동성을 지원하지 않았다. 채권단 역시 한진그룹 측의 자구안 노력 미달을 이유로 신규자금 지원 불가 결정을 내리면서 법정관리로 가게 됐다. 한진해운은 공적 자금을 받은 적은 없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83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4000억원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