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끝났나?…3년 만에 자본시장 복귀

사진=블룸버그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가 3년 만에 처음으로 자본시장에 복귀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그리스 경제가 마침내 정상궤도에 올라서기 시작했다는 낙관론과 위기가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신중론이 엇갈린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이날 5년 만기 국채 30억 유로(약 3조9100억 원)어치를 발행했다. 그리스의 국채 발행은 2014년 이후 3년 만이다.

이날 국채 발행에는 발행액의 2배가 넘는 65억 유로 규모의 수요가 몰렸다. 이에 따라 조달 금리가 4.625%로 당초 예상한 4.875%는 물론 3년 전 국채 발행 때의 4.9%에 비해 훨씬 낮아졌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국채 발행에 대해 내년 중순 3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벗어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내년 8월에 끝난다.

그리스를 방문 중인 피에르 모스코비치 유럽연합(EU) 경제담당 집행위원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그리스의 국채 발행은 이 나라 경제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내년 여름 완전한 시장 복귀를 준비하자"고 덧붙였다.


반면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FT는 그리스가 발행한 국채 물량의 절반이 2019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국채를 보유한 이들의 교체 수요로 흡수됐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경제에 대한 확신보다 그리스 정부가 국채 교환에 나서는 기존 투자자들에게 4000만 유로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한 게 교환 수요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도 그리스가 30억 유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 게 재정위기가 끝난 걸 의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그리스 경제가 올해 1분기에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채권국의 채무탕감을 압박하고 있는 건 좋은 징조지만 그리스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은 여전히 180%에 이른다고 꼬집었다.

가디언은 오히려 영국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진단이 정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유로존 채권국이 현재 논의 중인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채무탕감에 합의하지 않으면 그리스는 내년 8월 4차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앞서 재정위기에서 벗어난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도 자본시장에 처음 복귀한 뒤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완전히 졸업하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걸렸다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