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가계대출 자금쏠림 심화…금융제도 전면 재검토할 것"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의 추진배경 및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계대출 등 손쉬운 영업만 늘린 은행권의 영업행태를 강하게 질타했다. 은행들이 담보, 보증 위주의 대출에 몰두해 실질적인 리스크부담을 차주와 정책금융기관에 전가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최 위원장은 혁신적 중소기업 등 생산적 분야로 원활한 자금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은행 총대출 중 가계대출 비중이 1998년 외환위기 당시 27.7%에서 작년말 43.4%까지 올랐다"며 "외환위기 이후 혁신적 중소기업 및 생산적 분야보다는 가계대출, 부동산금융으로 자금 쏠림현상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과거에는 국민은행은 중소기업 및 가계자금 대출, 나머지 은행들은 기업대출 위주로 영업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구분이 없어졌다"며 "모두 국민은행화된 지금 상황이 바람직한지, 그대로 두고 보는게 감독당국의 역할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은 1999년 40.9%에서 2016년 43.4%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의 기업대출 비중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은 68.6%에서 44.3%로, 신한은행은 74.2%에서 47.9%로 하락했다. KEB하나은행 역시 72.8%에서 45.0%로 기업대출 비중이 축소됐다.

최 위원장은 중소기업 대출 역시 안전한 담보대출 위주 영업행태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2009년말 49.1%였던 중소기업 신용대출 비중은 2014년 35.6%, 지난해 32%에서 올해 4월 30%대까지 낮아졌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이 원할히 지원될 수 있도록 자본규제 등 금융제도를 올해 하반기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은행들의 수익이 커지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지만 그 수익의 원천이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에서 나온다면 굉장히 문제가 크다"며 "BIS 규제비율 등을 조정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우선 필요한 과제를 차질없이 발굴하고 추진하기 위해 8월 중으로 전담체계를 구축해 마련하기로 했다. 최 위원장은 "생산적금융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정책 개선에 필요한 방향이 무엇인지 어떤 식의 규제완화가 금융권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 등 의견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포용적 금융과 관련해서는 우선 27.9%인 법정최고금리를 내년 1월부터 24%로 인하하고 대출모집인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영세차주가 적지 않다"며 "이들 실질적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또 "보험과 달리 대출은 모집활동이 활발할 필요가 없다"며 "고금리 대출을 갚지못해 추심으로 이어지는 배경에는 대출모집인의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공공 및 민간부분의 소멸시효완성채권을 내달초까지 정리할 계획도 내놨다. 최 위원장은 "국민행복기금뿐만 아니라 민간 부분의 채권도 같이 매입해 정리하겠다"며 "예산과 규모는 협의를 거쳐 8월초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