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들의 '룩웨스트' 사고를 이해하라

인도에서 사업을 하다 보니 페이스북에 한국보다 인구 친구들의 소식이 더 자주 나타난다. 인도인들은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SNS에 올린다. 인도 페이스북 이용자와 이용 빈도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 중인 데에는 이런 특성이 반영됐을 것이다.

최근 한 인도 친구가 영국 시민권을 취득했다며 페이스북에 시민권을 올린 걸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인도는 200년 이상 영국의 식민지였는데, 인도인이 영국 시민권 취득 사실을 공개적으로 자랑하다니. 댓글에 한 번 더 놀랐다. ‘와! 부럽다’, ‘넌 드디어 천국에 들어갔구나!’, ‘나도 언제쯤 (시민권을) 딸 수 있을까? 부럽다’ 등 댓글이 달렸다. 순간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었던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만약 한국인이 일본 시민권을 취득했다면 자랑했다면 어땠을까. 욕설과 비난 댓글이 수도 없이 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영국을 자신들이 따라가야 할 롤 모델로 여긴다. 식민지였다는 과거 역사 때문에 인도인들이 영국을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도인들은 영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을 선망한다. 한국의 경우 국산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로열티가 높아 해외 기업들이 들어와 성공하기 어려운 편인데, 인도에서는 그 반대다. 오히려 해외 서비스와 제품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밸런스히어로의 앱 ‘트루밸런스’ 역시 초반에는 인도인들의 반감을 걱정했지만, 오히려 해외 기업의 서비스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매력도가 높아졌다.

인도의 영화산업을 지칭하는 ‘발리우드’(Bollywood)라는 단어에도 서구권을 선망하는 인도인들의 인식이 담겨 있다. 발리우드는 인도의 영화 제작 중심 도시인 봄베이와 미국의 할리우드의 합성어다. 서구권 중심적인 시각에서 붙여진 단어지만 인도인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와 달리 인도인들은 중국과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게 사실이다.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인도인들의 인식은 홍콩 정도까지 미친다. 인도인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눠 보면 한국에 대해 알고 있지만 관심은 없다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인도에서도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기사가 종종 보도되고 있지만, 실제 인도인들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로는 거의 눈을 돌리지 않는다. 중국과 전쟁을 치렀고 아직까지도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 역사가 인도인들의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인도에서 사업을 펼치려면 인도인들의 서구권 중심적 사고방식인 ‘룩웨스트’(Look west)를 철저하게 이해해야 한다. 룩웨스트 기반으로 사업전략을 짜야 한다는 말이다. 서비스 디자인과 마케팅 등을 서양적인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인도인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인도 사용률 상위 10개 앱의 국적을 살펴보면 미국 3개, 인도 3개, 중국 3개 등으로 해외 앱들의 비중이 높다. 페이스북과 왓츠앱, 인스타그램, 위챗 등은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 이 대표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15년 넘게 IT 비즈니스를 펼친 사업가다. SKT 자회사 와이더댄, 액세스모바일 등을 거쳐 2014년 밸런스히어로를 창업했다. 밸런스히어로가 인도 시장에 내놓은 휴대전화 통신비 관리 서비스 ‘트루밸런스’는 현지에서 필수적인 인도 국민 앱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