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포식 영업" 금융위원장 질타에 은행권 '긴장'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최동수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확대를 "전당포식 영업"이라고 강력 비판하자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올렸지만 축포를 쏠 겨를도 없이 하반기 감독당국의 새로운 규제로 영업관행의 변화를 요구받게 됐다는 우려가 높다.

최 위원장은 26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은행 수익의 원천이 가계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에 치중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은행 영업을 다변화해서 혁신적인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다양한 자금 운용을 통해 수익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저금리 환경에서도 은행들이 안전한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에만 치중해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최 위원장의 문제 의식이 드러난 대목이다.때마침 KB금융 (63,700원 ▼300 -0.47%)·신한지주 (41,750원 ▼150 -0.36%)·하나금융지주 (52,400원 ▼1,100 -2.06%)·우리은행 (14,800원 ▲250 +1.7%) 등이 지난주 일제히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결과 모두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둔데다 순익 상당 부분을 이자수익에 기댄 것으로 나타나면서 '손쉬운 영업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 커졌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하반기 금융당국의 새로운 규제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본비율의 가계대출 위험가중치 조정, 가계부채 증가속도 관리, 고액 성과급 지급 규제 등이 이미 예고됐지만 영업을 더욱 옥죄는 '그림자 규제'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한 표정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최근 금융당국의 규제 예고가 연거푸 나오면서 하반기 시장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본다"며 "사실상 추가적인 주택담보대출 확대는 막힌 셈이고 건전성 지표의 문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 상반기와 같은 실적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시장에 너무 깊이 개입하면 '관치'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른 시중은행 기업여신 담당 임원은 "은행이 기술력과 발전 가능성을 갖춘 중소기업을 더 많이 찾아 대출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성장성이 높은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려 해도 높은 리스크 탓에 대출 집행이 어려운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은 물론 금융당국과 정책금융기관의 조력이 더해져야 중소기업 지원 확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중은행 개인여신 담당 임원은 "은행의 변화를 요구하기 이전에 해결해야 할 장애물도 존재한다"며 "가령 서민금융 확대를 위해선 신용평가모델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빅데이터 활용에는 또 다른 규제가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 선진화를 위해선 빅데이터를 비롯한 각종 규제는 일단 풀어주되 사후 문제 발생시 징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 영업 행태 변화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한 국책은행 임원은 "최 위원장의 '생산적 금융'은 방향성 측면은 적절하다"며 "중소기업 중에서도 우량하거나 담보가 안정적인 기업들에만 자금이 쏠리는 경향이 있는데, 은행마다 포트폴리오를 잘 조정해 취약한 기업들에도 자금 지원의 혜택이 고루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