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소득세 다음은?…공평과세 '조세개혁' 꿈꾸는 與

'부자 증세'를 추진,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 법인세·소득세 명목세율 인상을 반영시킨 여당이 대선공약인 '조세개혁'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 데 주력한다. 내년 지방선거 등 변수가 있지만 정권교체 동력으로 국민적 동의를 얻는다면 공정·형평과세와 조세정의 실현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자본소득 과세를 강화하는 소득세법 개정 등 세제 정비를 중장기적으로 추진한다. 이번 세제 개편에선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한정한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중심으로 증세를 이뤄냈지만 당내에서 검토해온 상속세·증여세 개편 등도 곧 공론화하겠다는 게 당의 구상이다.

민주당은 자본소득 과세 강화를 위해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시가총액 25억원 이상 보유에서 15억원으로 낮추거나 △현행 분리과세인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 과세를 종합과세로 전환해 30%대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들을 검토해 왔다.

소속 의원들도 20대 국회 들어 여러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제윤경 의원은 상속세·증여세 과세표준 5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60% 세율을 적용하는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과세형평성을 제고하고 재산·소득의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현행법은 과표 30억원 초과 경우 최고세율 50%를 부과한다. 그러나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상속·증여세 납부 상위 1000명의 실효세율은 각각 35%, 28% 수준이다.

박광온 의원은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감면받을 수 있어 '세금 없는 부의 세습'으로 오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요건을 강화해 과도한 공제를 제한하는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 의원은 현 세제가 심각하게 왜곡돼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며 정부여당이 조세 개혁에 본격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대소득을 정확히 파악해 과세하는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며 "상속·증여세 개편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자산소득 과세 강화 △재벌 대기업 과세 정상화 △일감몰아주기 과세 강화 △대기업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공약하며 조세정의 실현을 강조했다. 지난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대기업·고소득·고액재산의 세부담 적정화 등을 명시했다.

민주당은 조세 개혁을 위한 국민적 합의를 필수적으로 보고, 하반기 구성할 조세재정특별위원회를 통해 공론화에 나설 계획이다. 공평과세를 위한 조세 개혁을 비롯해 장차 적정부담·적정복지로 가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목표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번에는 '부자 증세'를 강조했지만 조세정의 차원에서 개혁해야 할 것들이 많다"며 "이제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면적 세제 개편은 야당 일각의 공감도 얻고 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우리 당은 소득이 있는 곳에, 재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고,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전면적 세제 개편안을 정부가 내놓으면 당의 개편안을 들고 가 협의하고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