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자소서 공유 플랫폼' 갑론을박…"정보 제공" vs "표절 우려"

1일 오전 서울 중구 종로학원 본원에서 수강생들이 서울대 구술 모의면접 수업을 앞두고 자기소개서를 살펴보고 있다. 2016.12.1/뉴스1

A교육업체는 다음 달 초부터 합격자의 대입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유료로 공유하는 플랫폼 '자소서 클라우드(가칭)' 서비스를 론칭한다. 서비스 방식은 간단하다. 각 대학 합격생들은 자신이 입시 때 썼던 자기소개서를 자유롭게 사이트에 등록한다. 수험생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자소서를 유료로 열람한다. 다운로드에 필요한 돈은 자소서 1건당 약 3000원 선. 이를 두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유익한 정보가 될 것"이라며 반기고 있지만 교사들은 표절 등의 문제로 난색을 표했다.


◇스펙부터 자소서까지… 막막한 학부모·학생에게 정보 공유

A 업체처럼 대학 합격생들의 자소서를 유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꽤 있다. 또 다른 B 교육업체는 '합격생 자기소개서 열람' 코너를 통해 합격생의 자소서뿐만 아니라 스펙까지 공개한다. 예를 들어, 이 업체 사이트에 자소서를 올린 C씨는 △서울대(합격 대학과 계열/학과) △지역균형선발전형(합격전형) △1.12등급(내신/수능등급) △반장, 교내 대회 수상(비교과) 등 고교 시절 이력도 함께 기재했다.

또 다른 D 교육업체도 '자소서 월드'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플랫폼을 운영한다. D 업체 관계자는 "가격은 학생이 제공한 정보 양에 따라 달라지는데 자소서 1건은 3000원, 합격후기 등 추가정보를 입력하면 5000원까지 가격이 올라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 각자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 학과, 전형이 다르기 때문에 자소서별 다운로드수는 수십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비슷한 계열의 학과라도 각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은 6번의 수시원서 접수를 위해 매번 자신의 이야기를 변주, '자소설'을 써야하는 상황이다.

학부모들에게는 이런 플랫폼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학부모는 "큰 아이가 입시를 치를 때는 이런 서비스가 없어 막막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대입을 처음 접한 학부모에게는 꽤 유익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소서 컨설팅을 하는 업체들이 서울 강남 일대에 꽤 포진한 것을 감안하면 소수만이 갖고 있던 대입정보가 다소 저렴한 가격에 유통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다. 복수의 사교육업자들에 따르면 1편의 자소서 컨설팅을 받는데 드는 돈은 50만~60만원, 대필은 200만원 안팎이다.

◇"붕어빵 자소서 양산, 학종 변별력·근간 흔들 수도"


자소서 공유 플랫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가장 큰 우려는 표절 가능성이다. 서울 주요 사립대의 한 입학사정관은 "지난해 우리 학교에 지원한 학생 중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유사도검색으로 적발된 경우가 24명(약 0.2%)이었으며 유사도는 5~7% 수준이었다"며 "학생들이 자소서 공유 플랫폼에 있는 자료를 마음대로 베꼈다가 표절 문제로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사들은 이 같은 행위가 교육적으로도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고교 교사는 "학교 교사들도 졸업생의 자소서를 참고용으로 재학생에게 보여주는 경우가 있지만 이걸 돈으로 사고파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만약 다운받은 자소서가 진짜 합격생의 자소서가 아닐 경우 학생들은 돈만 낭비하고 더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주요 자료인 자소서가 이처럼 유통되는 것이 학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년 간 입학사정 작업에 참여했던 한 국립대 교수는 "우수사례가 공유되고 수험생들이 이에 맞춰 자소서를 쓰게 되면 각 자소서가 변별력을 상실할 뿐더러 평가자료로서의 효용성을 상실하게 된다"며 "학교생활기록부 부풀리기에 이어 자소서마저도 효용성이 없어지면 학종은 학생 선발이 불가능한 제도가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