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美 대북제재법안…상원 외교위원장 "논의 더 필요"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미국의 대북 제재 법안 처리가 암초를 만났다. 러시아 이란 제재 법안에 병합돼 조기에 하원을 통과했지만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이 북한 부분은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관련 부분을 삭제해 법안을 다시 하원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27일 미국의 소리(VOA) 등 외신에 따르면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언론사 워싱턴포스트가 주관한 공개토론회에서 하원이 채택한 '북한-이란-러시아 제재법'에서 북한 관련 내용을 삭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커 위원장은 "법안에서 북한 부분을 삭제하고 다시 하원에 보낼 예정"이라며 "상원과 하원이 이미 협의를 거친 이란과 러시아 제재 내용은 그대로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하원은 앞서 지난 25일 전체회의에서 '미국의 적국에 대한 제재법'(HR.3364 Countering America’s Adversaries Through Sanctions Act)을 찬성 419 대 반대 3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이란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법안은 상원이 먼저 처리한 뒤 하원에 통과를 요구했던 안건이어서, 패키지 법안은 당초 상원에서도 빠른 처리가 예상됐다. 대북 제재 법안은 미 하원은 통과했지만 상원에 발이 묶였었다. 이번 전방위 대북제재법안에는 북한의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봉쇄, 북한 노동자 고용금지, 북한 선박과 유엔 대북제재를 거부한 국가의 선박 운항금지, 북한 온라인 상품 거래 및 도박사이트 차단 등 고강도 제재 방안들이 담겨 있다.

미 의회는 당초 패키지 법안을 다음 달 의회 휴회 기간 전에 상원 표결에 부치고 이후 대통령 서명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상원 외교위원장이 북한 부분을 삭제한 법안 의결을 다시 추진하면서 휴회 전 대북 제재 법안 처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코커 위원장은 하원과 북한 제재 내용을 더 협의하고 싶어하는 의원들이 있고, 이미 상원 은행위원회와 외교위원회에 북한 제재법들이 계류 중이어서 조율이 필요하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고 VOA는 전했다.

코커 위원장은 "하원이 28일 휴회하기 전에 이란과 러시아 제재 내용을 의결하길 바라는 의원들이 많은 상황에서 북한 제재 내용에 대한 협의를 끝내기는 일정이 촉박하다"면서 이에 대해 이미 상원 의원들과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제재 법안이 진통을 겪는 것과 별개로 '북한 제재와 중국 압박'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더 강해지고 있다.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25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중국에 있는 개인과 기업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미 의회에서 추진 중인 이른바 '스타 워즈'(Star Wars) 법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호전적 도발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을 발의한 댄 설리번 상원 의원(공화, 알래스카)은 26일 미국 워싱턴DC 헤리티지재단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이 미국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경우, 미국은 굳건한 MD체계를 통해 이를 격추할 수 있고, 곧이어 대규모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안은 우주 기반 센서 개발·발사·실행에 2750만 달러(약 307억원)를 투입하는 방안을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1983년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우주에서 포착해 요격하기 위해 추진했던 이른바 '스타 워즈' 구상과 유사하다.